[레전드가 응원한다] 최희섭, “KIA는 10회 우승팀·두려움 없이 즐기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27일 05시 30분


지난 2009년 우승 당시 최희섭-나지완. 스포츠동아DB
지난 2009년 우승 당시 최희섭-나지완. 스포츠동아DB
2009년 SK는 8월 25일부터 시즌 최종전까지 20경기에서 단 1패도 허용하지 않았다. 19승1무라는 믿기 어려운 성적. 한국시리즈(KS)에 직행한 팀은 1위 KIA였지만 시즌 후반기 리그 최강팀은 SK로 보였다. 특히 교체 투입된 외국인 투수 글로버는 9승3패1세이브 방어율 1.96을 기록하며 KIA가 자랑하는 선발진과 맞붙을 수 있는 슈퍼 에이스의 위용을 보여줬다.

그 해 한국시리즈는 7차전까지 이어지는 혈투였다. 당시 KIA 4번타자였던 최희섭(38) 현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26일, “아직도 생생하다”고 기억했다.

최희섭은 그해 33홈런-100타점을 기록한 강타자였지만 KS에서는 볼넷과 정확한 타격에 집중했다. 장타봉쇄작전을 펼친 SK에 맞선 현명한 작전이었다.

1차전 3-3으로 맞선 8회말 1사 최희섭은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진 안타 때 3루까지 뛰었고 영리한 스킵 동작으로 1루 주자의 2루 도루를 도왔다. 이어 타석에 있던 이종범이 우전 적시타를 때려 최희섭은 결승 득점을 올렸다. 최희섭은 2차전에서 선제 결승타로 활약했고 3차전에서는 9회초 역전승의 발판이 된 안타를 때렸다. 5차전 6회 쐐기 적시타도 승리로 이어진 결정적 순간이었다.

최 위원은 “당시 합숙을 하면서 매일 밤 선수들이 방에 모여 야구 이야기를 하며 자신감을 높였다. 이종범, 이대진 선배 등 형들이 ‘걱정하지 마라’며 용기를 줬다. 조범현 감독님도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셨다. 김상현과 나에게 ‘마음대로 해라’며 풀어줬다. SK가 강팀이었지만 ‘우리는 KS에 9번 올라 9번 우승한 팀이다. 무엇이 두렵겠냐’는 승부욕으로 똘똘 뭉쳤었다”며 “4번타자지만 SK 투수들이 워낙 좋았다. 시즌 때도 SK 투수들에 약했다. 그래서 출루에 집중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기억했다.

선수 시절 최희섭. 스포츠동아DB
선수 시절 최희섭. 스포츠동아DB

2009년 당시 최 위원은 나지완, 안치홍 등 젊은 선수들과 친형제처럼 깊은 우애를 나눴다. ‘동생’들은 2017년 KIA의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2009년 KS는 역대 유일한 7차전 끝내기 홈런으로 기억된다. 5-5로 맞선 9회말 KIA의 공격, 1사 후 3번 나지완이 타석에 나갈 준비를 끝냈다. 대기타석으로 다가가던 4번 최희섭은 그 순간 “지완아, 형은 안 나가도 되지? 네가 끝내고 들어와!”라고 말했다. 거짓말처럼 나지완은 볼카운트 2B-2S에서 6구째 공을 받아쳐 시리즈를 끝냈다. 최희섭은 홈에서 동생을 기다리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최 위원은 “(나)지완이와 (안)치홍이가 시즌 때 SK를 상대로 참 잘 쳤다. 호텔 방에서 동생들에게 SK 투수들에 대한 공략 방법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팀의 4번타자였지만 홈런, MVP보다 중요한 것은 팀 승리였다. 7차전에서 믿었던 치홍이와 지완이가 홈런을 때려 이길 수 있었다. 지금도 참 고맙다. 올해도 잘 해줄 거다”고 말했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1루수로 뛰었던 최 위원은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타이거즈의 붉은 색 유니폼을 입고 결국 KS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KIA는 11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최 위원은 “2009년 때보다 지금 KIA가 더 강한 타격을 가진 팀이다. 2009년에 선배들이 ‘타격 때도 수비 때도 공 하나의 소중함을 명심하자, 그리고 즐기면서 뛰자는 말’이 생생히 기억난다. 두산은 전력이 매우 탄탄한 팀이다. 그러나 부담감은 지워버리고 대신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 모든 것을 쏟는다면 KIA가 꼭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10번이나 우승한 팀이니, 두려울 것은 없다.”

광주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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