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수비라인… 전진 못하는 공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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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백 잇단 실수로 선제-결승골 허용… 횡-백패스 남발, 코너킥도 부정확

한국의 카타르전 패배는 전술 실패와 선수들의 부진이 겹친 참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8위 카타르는 14일 한국(43위)과의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에서 경기 초반부터 강한 전방 압박을 펼치는 등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다. 이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내세운 포백 수비 라인은 상대 역습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면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전반 25분 한국은 중앙 수비수 곽태휘(FC서울)의 실수로 역습을 허용한 뒤 측면 수비수 최철순(전북)이 반칙을 저질렀고, 카타르에 프리킥 골을 내줬다. 후반전에 기성용(스완지시티)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의 골로 2-2 동점을 만들었지만 또다시 수비가 흔들리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후반 30분에는 곽태휘가 문전으로 침투하는 하산 알 하이도스를 놓쳐 결승골을 내줬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민첩한 선수들을 앞세운 카타르의 공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발이 느린 곽태휘를 중앙 수비수로 투입한 것은 실수였다”면서 “수비진의 판단 착오와 위치 선정 실패 등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8일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던 공격진은 이날도 효율적인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에서는 횡패스, 백패스보다 전진패스를 많이 시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축구 데이터 분석업체 팀트웰브에 따르면 이날 대표팀의 전체 패스 중 횡패스와 백패스는 각각 115회와 82회였던 반면 전진패스는 78회에 불과했다. 전방으로 볼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데다 선수들의 킥도 부정확했다. 특히 코너킥 상황에서의 부정확한 킥으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한 위원은 “세트피스 킥은 기성용이 가장 위협적인데 어느 순간부터 기성용이 헤딩을 노리고 다른 선수들이 킥을 차면서 정확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허술한 수비와 무딘 공격을 보인 한국을 상대로 카타르는 악명 높은 ‘침대축구’(시간을 끌기 위해 일부러 쓰러지는 것)를 구사하지 않고도 승리를 챙겼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 등 많은 기적을 일궈낸 도하에서 뼈아픈 기억을 안게 된 대표팀은 8월 31일 안방에서 ‘난적’ 이란을 상대한다.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안방에서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팀 주장 기성용은 “카타르전은 정신적으로 부담이 컸다”면서 “축구에서 감독이 결과에 가장 먼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감독님의 거취와 상관없이 선수들은 남은 2경기를 잘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러시아 월드컵#울리 슈틸리케#곽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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