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 뒤에서 미드필더 역할 수행… 공격 전념 못하고 수비까지 가담
투지 넘쳤지만 집중견제에 막혀
한국이 0-2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승우(FC바르셀로나)는 승리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 전반 33분 상대 진영 좌측에서 한국이 얻은 프리킥의 키커로 나선 그는 킥을 하기에 앞서 관중을 바라보며 박수를 유도했다. 대회 기간 내내 “많은 관중과 함께 호흡하면 더 큰 힘이 난다”고 말해온 그였다.
그러나 한국이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16강전에서 패하면서 이승우의 희망은 무너졌다. 조별리그에서 이승우는 한국 공격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기니(1차전), 아르헨티나(2차전)의 파상공세에 밀릴 때마다 그는 적극적 돌파와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한국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승우는 조별리그에서 3명의 공격수로 구성된 ‘스리톱’의 왼쪽 측면을 맡아 중앙과 측면을 자유롭게 오가며 역습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날은 조별리그와는 달랐던 공격 전형의 영향으로 인해 효율적 공격을 하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날 최전방에 하승운(연세대)과 조영욱(고려대) ‘투 톱’을 세우고 이승우를 공격수 밑에 위치한 4명의 미드필더 중 왼쪽에 배치했다. 이러다 보니 이승우는 공격에만 전념하지 못하고 수비까지 가담해야 하는 등 많은 역할을 소화해야 했다. FIFA가 “번개 같다”고 표현했던 공격적 움직임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우리 진영까지 내려와 공을 잡은 뒤 드리블로 돌파를 시도하는 등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포르투갈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에 막혀 끝내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한국이 경기를 승리할 때마다 환호하는 관중과 함께 ‘셀카’를 찍었던 이승우. 경기 막판까지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라는 손짓을 보내던 그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먼 하늘을 한동안 응시한 뒤에 고개를 숙였다. 경기 내내 외로웠던 에이스는 끝내 활짝 웃지 못했다.
이승우는 “꿈꿨던 결승은 못 갔지만 좋은 경기를 한 듯하다. 오늘은 졌지만 우리의 미래는 밝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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