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청춘을 만나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설상의 길’을 개척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25일 05시 45분


스노보드 알파인 국가대표 이상호는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2관왕이다. 모교인 사북고등학교에서 교생 실습 중인 이상호(가운데)가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노보드 알파인 국가대표 이상호는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2관왕이다. 모교인 사북고등학교에서 교생 실습 중인 이상호(가운데)가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3.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

고랭지 배추 밭에서 훈련했던 ‘배추보이’
세계 대회 휩쓸며 한국 설상의 희망으로
“강한 정신력의 비결? 난 초긍정 마인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인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289일 앞으로 다가왔다. 스포츠계 전반에서는 이번 올림픽이 빙상 종목에 치중돼있는 한국 동계 스포츠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스노보드 알파인 국가대표 이상호(23·CJ)는 그 중심에 있는 선수다. 지난 2월 열린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스노보드 역사상 2개의 금메달을 거두며 한국 설상 종목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비시즌을 맞아 모교인 사북고등학교에서 교생 실습 중이던 이상호를 만나봤다.

● 배추보이, 한국 설상의 희망이 되다

이상호의 별명은 배추보이다. 어린 시절 열악한 여건 상 제대로 된 시설에서 훈련을 할 수 없어 아버지와 함께 고랭지 배추밭에서 훈련했다는 에피소드가 알려지며 배추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이상호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 초·중·고 내내 함께 훈련할 수 있는 팀이 없었다. 고충을 나눌 수 있는 선배나 동료가 없어 좌절할 법도 했지만,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하며 기량을 갈고 닦았다. 이상호는 “어린 시절에 대해 운동부 소속이 아닌 개인으로 훈련하다보니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힘든 점이 많았지만, 그 덕분에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호의 꾸준한 노력은 지난해부터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한국 역사상 최고 성적인 4위를 기록하며 스포츠계를 깜짝 놀래 켰고 올해 초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는 2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동계스포츠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남자 스노보드대표 이상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남자 스노보드대표 이상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평창올림픽을 향해 “꿈지기가 되고 싶어요”

이상호는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으로 꼽았다. 특히 올해 초 동계 아시안 게임을 며칠 앞두고 펼쳐진 평창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지만, 10여일 뒤 열린 아시안게임 경기에서는 보란 듯이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이상호는 본인의 강한 정신력을 설명하면서 그 정신력은 어렸을 때부터 가졌던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본인 스스로 ‘초긍정 마인드’라고 말할 정도로 이상호는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강원도 출신이기 때문에 본인의 고향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이 부담스러울 만도 하지만 이상호는 평온한 마음으로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이상호에게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힘이 되었던 사람을 묻자 부모님도 여자친구도 아닌 후원사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CJ의 동계 스포츠 후원 사업으로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동계스포츠 선수들이 도움을 받으며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어요. 불모지였던 설상종목에 후원을 해주면서 대한민국 설상종목 선수들이 꿈을 이루는데 한발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는데요. 저도 평창에서 꼭 금메달을 따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에게, 그리고 저와 같은 또래인 많은 청춘 여러분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자신이 그 길의 최초를 만들어 가고 있고 나중엔 꿈을 향해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올 수 있게 항상 노력하겠다고 말한 이상호. 교생실습 중에 만난 이상호의 모습에선 동계 올림픽 설상 종목 최초의 금메달로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양동혁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