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와 김기태의 시선, 마라톤 종점을 향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24일 05시 30분


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144경기 체제는 ‘마라톤’에 비견될 정도의 장기레이스다. 6개월 넘게 거의 매일 경기를 치르는 대장정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긴 안목으로 시즌을 운영한 팀들이 순위표 위에 자리하며 장기적인 관점의 팀 운영이 필요함을 입증했다.

KIA는 올 시즌 소위 ‘잘 나가는’ 팀이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뒷문 불안 등의 약점에도 강력한 선발과 타선의 조화로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태 감독은 이번 주 2명의 대체선발을 투입했다.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헥터 노에시와 팻 딘, 양현종, 그리고 새얼굴 임기영까지. KIA는 강력한 1~4선발을 갖췄으나, 5선발 자리가 아직 공석이다. 이를 감안해도 한 주에 2명의 대체선발이 투입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19일 수원 kt전에서 좌완 스윙맨 고효준이 나섰고, 23일 잠실 LG전엔 고졸 2년차 좌완 정동현이 선발등판했다.

잘 나갈 때일수록, 이런 결정을 하긴 쉽지 않다. KIA는 개막 후 삼성~SK~한화~두산~넥센~kt를 상대로 모두 위닝시리즈(3연전 2승1패 이상)를 가져갔다. LG와 3연전에선 1승1패를 한 상황에서 위닝시리즈가 달린 경기에 정동현을 냈다.

김 감독이 정동현을 투입한 건 임기영이 18일 kt전에서 122구를 던지며 생애 첫 완봉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등판순서가 온 임기영에게 이틀의 휴식을 더 주면서 회복의 시간을 줬다.

23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KIA 선발 정동현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23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KIA 선발 정동현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사실 김 감독은 개막 후 모든 선발투수들에게 추가휴식을 보장했다. 개막 2주째인 5일 광주 SK전이 우천취소된 뒤, 헥터와 팻 딘 원투펀치를 위해 이튿날 선발투수를 바꾸지 않고 임기영을 그대로 등판시켰다. 여기에 19일 고효준 투입으로 헥터와 팻 딘뿐만 아니라, 양현종에게도 추가휴식을 줬다.

김 감독은 “선수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길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 당장은 선수들이 짧은 휴식에도 괜찮다며 의욕적으로 임하겠지만, 한 시즌을 치르기 위해선 관리가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하루를 덜 쉬고 더 쉬는데서 오는 차이가 커 보이지 않을 지라도, 나중엔 그 효과가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지난해까지 KIA는 부족한 선발진 속에서 ‘임기응변’식으로 대체선발을 투입하는 등 힘겹게 로테이션을 운영해왔다. 올해는 짜여진 틀 안에서 선수들의 휴식이라는 목적성에 따라 대체선발이 투입되고 있다. 이제 김진우도 2군에서 복귀 채비를 마쳐 로테이션 재편이 완료된다.

23일 경기에서 정동현은 2.1이닝 3실점으로 호투를 펼치진 못했다. 개막 후 연속 위닝시리즈 행진도 마감해야 했지만, 경험이 부족한 선발 임기영의 과부하를 막는 등 당장의 1패보다 더 큰 것을 본 시리즈였다.

잠실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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