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KIA 새 안방마님 김민식이 말하는 ‘승리’와 ‘행복’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8일 05시 30분


SK를 떠나 KIA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포수 김민식은 트레이드의 순기능을 마음껏 누리는 중이다. 친정에선 주임무가 백업이었지만, 새로운 팀에 와선 벌써부터 주전 안방마님을 꿰찼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포지션인 만큼 두 배 이상으로 노력하겠다는 자세가 그의 최대무기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SK를 떠나 KIA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포수 김민식은 트레이드의 순기능을 마음껏 누리는 중이다. 친정에선 주임무가 백업이었지만, 새로운 팀에 와선 벌써부터 주전 안방마님을 꿰찼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포지션인 만큼 두 배 이상으로 노력하겠다는 자세가 그의 최대무기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 SK 측에 포수 김민식(28)에 대한 트레이드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SK는 김민식은 “트레이드 불가 자원”이라고 단칼에 잘라 말했다. 김 감독도 “구단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얘기가 나오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며 이후 그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랬던 김민식이 1년 뒤, KIA 유니폼을 입었다. 개막 후 연패에 빠진 SK와 3연전을 치르면서 광주일고 동기인 염경엽 SK 단장과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트레이드 논의가 진행됐다. 이미 시범경기 때 한 차례 대화를 나눴고, 사정이 급변한 SK가 리드오프 자원인 노수광(27)을 간절히 원하면서 김민식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김민식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주전포수가 됐다. 4대4 트레이드가 발표된 7일 이전, SK에서 단 2경기 대수비 출장에 그쳤던 그는 트레이드 당일 휴식을 취하고 이튿날인 8일 광주 한화전부터 KIA가 치른 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단 1경기만 대타로 경기 막판 투입됐고, 모두 선발출장이었다. 그가 주전 마스크를 쓴 7경기에서 KIA는 6승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첫 경기 패배 이후 모두 승리다. KIA 입장에선 ‘복덩이’가 따로 없다.

이젠 좀 적응이 됐을까. 트레이드 후 일주일이 넘게 흐른 지난 주말, 넥센과 홈 3연전이 열린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그와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휴식일에 겨우 집을 구한 그는 KIA 투수들과 새롭게 호흡을 맞추고, 새 사인체계를 익히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KIA 김민식.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민식.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갑작스런 트레이드, “팀이 매일 이겨 기쁘다”

-벌써 일주일이 넘게 지났다. 트레이드 후 출장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어떤 기분인가?

“(미소를 지으며) 일단 많이 나갈 수 있어서 좋다. 벤치에서 박수 많이 치고 있었는데, 이제 야구장 오는 게 즐겁다. 무엇보다 팀이 승리하는 게 기쁘다. 포수로서 좋은 결과 아닌가. 매일 이길 수 있어서 기쁘다.”

-트레이드 당일부터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원광대 재학 시절, 광주에 운동하러 온 적이 많았다. 김준환 감독님이 최근 정년퇴임하셨는데, 술 드시면 가끔 전화를 주신다. 트레이드 후에도 연락이 닿았는데 ‘민식아, 요새 TV에 많이 나와서 보기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이제 다른 팀이 됐지만, 한국의 레전드 포수, SK 박경완 코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또 이적 후엔 일본프로야구에서 선수와 지도자 생활로 잔뼈가 굵은 나카무라 다케시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이적 후에 한동안 안타가 안 나왔는데 박경완 코치님이 ‘안타 안 칠거냐?’고 하시더라.(웃음) 정신 차리고 잘 하라고 종종 격려해주신다. 다케시 코치님이 말씀하시는 것도 SK 때 듣던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코치님께서 많이 맡겨주시는 편이다. 훈련 때보다 경기에서 힘을 쓰라고 말씀하신다. 또 실수해도 되니 자신 있게 하라고 격려해주신다.”

KIA 김민식.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민식.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내 장점은 블로킹, “먼저 나가니 편하다”

-트레이드로 백업포수에서 주전포수가 됐다.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완전히 다를 것 같다.

“백업으로 나갈 땐 경기가 거의 끝나거나, 아니면 완전히 타이트한 상황에 나갔다. 1점차 박빙의 상황에서 (이)재원이형이 대주자로 교체되거나 하면 내가 나가야 했는데, 타이트한 상황엔 부담이 크다. 그런데 주전으로 나가니, 시작부터 타자들이 타석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체크가 되니까 좋다. 먼저 나가는 게 편한 것 같다.(웃음)”

-SK에서도 오히려 백업포수지만, 그 역할이 중요했던 것 같다.

“사실 타이트한 상황엔 실수가 크게 와 닿는다. 볼배합 미스도 커 보인다. 그런 부분에서 처음 나가는 게 편한 것이다. 경기 내내 타자들을 보면서 하니까 아무래도 다르다. 내가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서 과감하게 한다.”

-도루 저지율이 엄청나다. 도루시도가 2회 이상 있었던 포수 중 당당히 1위다(0.800·5회 시도 중 4회 저지).

“도루 저지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투수랑 같이 잡는 것이다. 투수가 좋은 역할을 해준 것이다. 난 그저 정확하게 던지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포수 김민식’의 최대 장점은 무엇인가?

“사실 블로킹이 제일 자신 있는데 KIA에 와서 실수가 많았다. 투수와 사인 미스도 있었고, 아무래도 내가 우리 팀 투수들 공을 받아보지 않아서 투구 궤적을 모르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본의 아니게 여기 와서 블로킹을 많이 못했다. 많이 받다보면 나아질 것이니,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

KIA 김민식.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김민식.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늦게 시작한 포수의 매력, “많이 나가서 행복해요”

-포수를 다소 늦게 시작한 걸로 안다.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마산고 2학년 때 전향했다. 그때 팀에 포수가 없다고 해서 하게 됐다. 사실 내야수로서도 못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 포수로 잘 바꿨다고 생각한다. (활짝 웃으며) 다른 포지션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포수는 내가 안타를 못 쳐도 팀이 승리하면 기쁘다. 수비와 공격은 8대2 정도 비율로 수비에 중점을 둔다. 최근에 팀이 계속 이겨서 더 좋다.”

-사실 2012년 프로 입단 후 군복무(상무·2013~2014) 기간을 제외하면, 1군에서 뛴 시간이 많지 않다.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작년에 1군에서 풀타임을 뛰면서 가장 크게 발전한 것 같다. 제대 후 첫 시즌인 2015년엔 1군을 들락날락하니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잘 해야지’, ‘잘 해야 돼’ 생각만 했는데 포수가 셋이니 금방 2군에 내려갔다. 그런데 지난해 계속 1군에 있다 보니, 보여줘야 된다는 생각보다는 어차피 ‘이렇게 못하나, 저렇게 못하나 똑같다’는 생각에 조금 편해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성적도 좋아지고, 블로킹 등 수비에 자신감도 올라갔다.”

-이제 처음 주전포수로 한 시즌을 치른다. 목표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는 없다. 내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겠다. 트레이드 후 SK에 있을 때보다 많이 나가는데 행복을 느끼고 더욱 열심히 하겠다. (김기태) 감독님도 확실하고, 배포 있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 남자답게, 과감하게 플레이하겠다.”

● KIA 김민식

▲생년월일=1989년 6월28일
▲출신교=양덕초~마산중~마산고~원광대
▲키·몸무게=180㎝·80㎏(우투좌타)
▲프로 입단=2012년 SK 2라운드 전체 11순위
▲입단 계약금=1억4000만원
▲프로 경력=SK(2012)~상무(2013~2014)~SK(2015~2017)~KIA(2017~)
▲2017년 연봉=6000만원
▲2017시즌 성적=10경기 타율 0.211(19타수 4안타)·2타점(17일 현재)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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