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일차’ 박민지의 우승 키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7일 05시 45분


박민지가 16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KLPGA 투어 삼천리투게더오픈에서 데뷔 10일 만에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박민지가 16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KLPGA 투어 삼천리투게더오픈에서 데뷔 10일 만에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 삼천리투게더 정상…특급 신인의 탄생

3차례 연장 끝에 안시현 꺾고 우승트로피
역대 최단기간 우승…“신인왕 도전” 포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무서운 10대가 등장했다. 19세 박민지가 KLPGA 투어 삼천리투게더오픈(총상금 9억원)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지 10일 만에 우승을 신고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박민지는 16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안시현(33), 박결(21)과 함께 연장전에 돌입했다. 1차 연장에서 박결이 먼저 탈락했고, 박민지는 3번째 연장에서 버디를 낚아 안시현을 따돌리고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박민지는 지난해 시드 순위전을 8위로 통과한 신인이다. 6∼9일 제주에서 펼쳐진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데뷔전을 치른 지 10일 만에 우승을 차지해 KLPGA 역대 데뷔 최단기간 우승 기록을 작성했다. 2012년 김효주가 세운 2개월 11일을 무려 2개월 1일이나 앞당겼다. 신인으로 KLPGA 투어에서 우승한 38번째 선수이자, 올 시즌 신인 첫 우승이다.

박민지는 국가대표 출신이지만 크게 이름이 알려진 대형신인은 아니었다. 박세리, 신지애의 경기를 보던 아버지 박재기(58) 씨의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고, 중학교 시절까지는 평범했다. 고교 때부터 두각을 보였다. 1학년 때부터 성적을 내기 시작해 2학년 때 처음 상비군에 뽑혔다. 3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돋움해 그해 세계여자팀아마추어선수권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KLPGA 정회원을 획득한 뒤 정규투어까지 직행하며 유망주로 눈도장을 받았다.

박민지. 사진제공|KLPGA
박민지. 사진제공|KLPGA

이제 갓 프로 새내기지만, 승부근성과 집념은 신인 같지 않았다. 속으로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떨면서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마인드컨트롤이 돋보였다. 공동선두로 출발해 1타차 3위로 밀려났던 박민지는 “18번홀 티샷을 하기 전부터 떨리기 시작했고, 마지막 퍼트를 할 때는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를 내색하지 않고, 연장에서 선배들을 차례로 꺾고 우승에 성공했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특별한 DNA도 큰 힘이 됐다. 어머니 김옥화(59) 씨는 1984년 LA올림픽 여자핸드볼 은메달리스트다. 박민지는 “외모도, 생각하는 것도 100% 엄마를 닮았다”며 “내가 골프를 시작한 뒤 엄마는 오로지 아침부터 밤까지, 365일 나만 따라다니셨다. 우승해서 조금이라도 보답해드릴 수 있게 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신인으로 우승과 신인왕을 동시에 꿈꿨던 박민지는 이제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1승을 하고 신인왕이 되는 게 목표였다. 첫 우승을 했으니 다시 우승하는 게 목표다”며 수줍어한 박민지는 “골프하면 박세리, 신지애 선배를 떠올리듯 나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골프하면 ‘박민지’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투어를 대표할 만할 스타가 없었던 KLPGA 투어가 모처럼 등장한 대형신인으로 한껏 달아오르게 됐다.

용인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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