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불펜이 무실점이라고 하네요. 언젠가 깨질 기록이라면 우리가 깨뜨렸으면 좋겠습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홈경기에 앞서 이 같은 바람을 드러냈다. 앞선 8경기에서 22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kt의 계투진을 두고 한 말이었다.
장 감독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넥센 타자들은 이날 그야말로 원 없이 실컷 방망이를 휘둘렀다. 상대 선발 주권에 이어 등판한 정성곤까지 두들겼다. 이날 12-2의 대승을 거둔 넥센은 개막 5연패 후 파죽의 4연승을 달렸다.
4연승 기간에 넥센 타자들의 방망이는 마치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타격 지표는 경이적이다. 총 67안타(6홈런)를 몰아치며 45득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에 팀 타율은 무려 0.401(167타수67안타)에 달하고, 경기당 11.25득점의 엄청난 화력이다. 박병호(미네소타)가 메이저리그로 떠나기 전과 같은 홈런군단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적재적소에 터진 한 방과 특유의 몰아치기를 앞세워 개막 후 5연패를 당했던 악몽마저 깨끗이 씻어냈다. 지난해 통합우승팀 두산과 올 시즌 단독선두였던 kt를 상대로 거둔 4연승이라 더 의미가 크다.
긍정적인 분위기는 타순 변화에서부터 시작됐다. 연승의 시발점이었던 4월7일 잠실 두산전부터 고종욱이 1번, 서건창이 3번 타순에 배치됐다. 기존에는 고종욱이 7번, 서건창이 1번타자로 나섰는데, 개막 5연패 직후 변화를 준 것이다. 여기에 이정후를 2번, 허정협을 7번에 배치한 것도 대성공이었다. 고종욱과 이정후가 출루하면 서건창과 윤석민이 주자를 불러들이는 것이 최적의 득점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4번타자 윤석민은 이 기간에 20타수12안타(타율 0.600)로 5타점을 쓸어 담았고, 서건창도 20타수11안타(타율 0.550)를 기록했다. 3~4번타자의 맹타에 7번 허정협이 8타수6안타(0.750), 6타점으로 힘을 보탰다. 8번 김하성과 9번 박동원도 장타력을 갖춘 터라 쉽게 승부할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김하성은 이날 6-0으로 앞선 5회 3점홈런(1호)을 터트리며 타격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장 감독은 “나는 선수들에게 박수만 쳐줬을 뿐이다. 이렇게 잘했는데, 달리 할 말이 있냐”며 싱글벙글 웃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선수들이 경기에 나갈 때마다 기회를 잡고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이는 신인 이정후와 허정협 등 신진세력의 활약을 두고 한 말이다. 이정후는 이날 5타수2안타1타점, 허정협은 4타수3안타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지휘관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또 kt의 2번째 투수였던 정성곤을 상대로 3점을 뽑아내며 “불펜 무실점 기록을 우리가 깨트렸으면 한다”던 장 감독의 소박한 바람도 이뤄졌다.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