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현대캐피탈… 2등 콤플렉스도 털어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10년만의 男배구 챔프전 정상 탈환
대한항공에 1승 2패 뒤지다 역전승
문성민, MVP-프로 첫 우승 겹경사

현대캐피탈 신영석(31)이 블로킹한 공이 대한항공 코트에 떨어졌다. 웜업 존에서 대기하던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코트 위로 쏟아져 나와 뒤엉켰다.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을 타고 날아올라 하늘을 걷는 순간이었다.

‘스카이워커스(Skywalkers)’라는 애칭을 쓰는 현대캐피탈이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최종 5차전에서 안방 팀 대한항공에 3-1(24-26, 27-25, 25-22, 25-20)로 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정상에 올랐다. 현대캐피탈이 챔프전에서 승리한 건 2006∼2007시즌 이후 10년 만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경기에서만 역전에 성공한 게 아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프전에 진출한 ‘도전자’였다. 그리고 챔프전에서도 1승 2패로 뒤지다 2연승으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V리그 남자부 챔프전에서 2승을 먼저 내준 뒤 역전 우승한 것은 현대캐피탈이 처음이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는 현대캐피탈 문성민(31)에게 돌아갔다.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차지한 문성민은 우승 확정 직후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하는 대신 코트 한쪽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문성민이 6일 열리는 정규리그 시상식에서도 MVP로 선정되면 V리그 출범 후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동시 수상한 첫 토종 선수에 이름을 올린다.

현대캐피탈은 그동안 ‘2등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까지 V리그 12시즌 중 8번이나 챔프전에 올랐지만 우승은 2번뿐이었고 나머지 6번이 준우승이었다. 남자부 7개 구단 중 준우승을 가장 많이 한 팀이 바로 현대캐피탈이다. 이번 우승으로 현대캐피탈은 2등 콤플렉스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됐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41)은 “3차전에서 패하고 난 뒤 우승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오늘 1세트를 내줬을 때 선수들 분위기는 질 것 같지가 않더라. 감독이 흔들렸는데 선수들이 잘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1986년 재창단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겨울 리그 우승을 노렸지만 정상 등극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1969년 창단한 대한항공은 1972년 팀이 해체됐다가 1986년에 재창단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V리그뿐 아니라 실업 팀 시절이던 슈퍼리그와 대통령배에서도 우승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V리그에서는 2010∼2011시즌부터 내리 세 시즌을 포함해 이번 시즌까지 4번의 챔프전에서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인천=황규인 kini@donga.com·이종석 기자
#현대캐피탈#신영석#문성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