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 개막전 ‘외국인투수 빅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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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프로야구 31일 개막… 사상 첫 全경기 맞대결 성사

“LG의 선발 투수는 누구입니까.” 사회자의 말에 양상문 LG 감독은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진행자가 다시 한 번 요청을 하려던 찰나 양 감독은 좌중을 향해 스마트폰 화면을 들어 보였다.

거기에선 빨간색으로 ‘LG 트윈스의 개막전 선발투수는 헨리 소사’라는 문구가 흘러나왔다. 27일 한국야구위원회(KBO) 미디어데이&팬페스트 행사가 열린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를 찾은 취재진과 450여 명의 야구팬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모기업의 최신 제품을 이용해 기발한 선발 예고를 한 양 감독의 재치가 번득인 장면이었다.

양 감독이 개막전 승리를 외국인 선수 소사에게 기대한 것처럼 다른 9개 구단 감독 역시 개막전의 중책을 외국인 투수에게 맡겼다. 36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31일 개막전에서 전 구장 외국인 투수 맞대결이 성사됐다. LG와 맞붙는 넥센의 선발 투수는 밴헤켄이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두산은 지난 시즌 외인 최다승 타이기록(22승)을 세운 니퍼트를 앞세웠다. 반대로 10년 만의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한화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비야누에바로 맞불작전을 펼쳤다.

예년과 달리 미디어데이에서 개막전 선발을 공개한 김성근 한화 감독은 “(선발 공개를 안 하니) 기선 제압을 안 한다고 그러는데 올해는 해 보겠다”는 각오와 함께 비야누에바의 이름 대신 등번호(42번)를 호명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중학교 때 감독님이었던 김성근 감독님에게 어떻게 기선을 제압하겠냐”는 볼멘소리를 하다가도 “지난해 니퍼트의 한화 상대 성적이 좋았던 만큼 잘 해낼 거라 믿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밖에 문학구장에서는 SK 켈리와 kt 로치, 대구구장에서는 삼성 패트릭과 KIA 헥터, 마산구장에서는 NC 맨쉽과 롯데 레일리가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지난해 NC를 상대로 1승 15패의 극심한 열세를 보였던 롯데가 개막전부터 NC 상대 14연패를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수들의 입담 대결에서는 돌아온 빅보이 롯데 이대호가 돋보였다. 롯데 주장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한 이대호는 “우승해서 (조원우) 감독님께 우승 트로피에 소주 한 잔 받고 싶다. 롯데가 우승하면 부산 전체가 눈물바다가 될 것”이라며 롯데가 24년간 해보지 못한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냈다.

과거 롯데에서 지도자와 선수로 인연을 맺었던 LG 양 감독이 “이대호 선수의 장단점은 훤히 꿰뚫고 있다”고 하자 이대호는 “감독님이 생각하는 약점이 언제적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약점이 있더라도 LG 투수들이 그곳에 공을 던질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구단별 우승 공약도 눈길을 끌었다. 두산 김재호는 우승 당일 그라운드에서 여는 클럽파티를, 삼성의 김상수는 이번 시즌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과 함께 번지점프를 우승 공약으로 걸었다. 최근 두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kt의 박경수는 우승 대신 5강 공약으로 팬 100명의 저녁만찬을 약속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임보미 기자
#야구#프로야구 개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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