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사람들 구경하며 ‘펀런’… 완주메달 보니 흐뭇”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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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동아일보 임보미 기자 10km코스 달려보니

10km 완주 메달을 물며 웃고 있는 임보미 기자.
10km 완주 메달을 물며 웃고 있는 임보미 기자.
완주보다 걱정됐던 건 제 시간에 도착이나 할 수 있을지였다. 일요일 오전 8시 30분까지 서울 올림픽공원에 도착하는 것부터 운동량 ‘제로(0)’에 주말에 잠을 몰아 자는 평범한 4년 차 직장인에게는 만만찮은 도전이었다.

19일 열린 201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 10km 코스에는 1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여전히 남성이 많았지만 특히 20대는 여성 비율이 절반에 가까웠다. 기자도 그중 한 명이다.

보통의 20대 여성에게 가장 대중적인 운동은 요가, 필라테스 정도다. 하지만 날이 풀리는 봄이 오면 실내에만 머무는 게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축구, 야구, 농구 같은 운동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큰 결심이 필요하다. 반면 ‘달리기’는 쉽다. 그냥 뛰면 되니까. 10km 대회에 단번에 도전장을 낸 이유다. 대회 신청이라도 해 놓으면 운동을 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아디다스 런베이스 서울에서 운영하는 비기너 클래스까지 등록하며 의욕을 불태웠다. 결국 첫 수업이 마지막 수업이 된 채 대회 날이 밝긴 했지만….

풀코스 참가자가 출발하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올림픽공원에서 10km 출발을 알리는 폭죽이 터지자 저마다의 축제가 시작됐다.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켜고 친구들에게 인사하는 젊은 커플, 잠든 아기가 있는 유모차를 밀며 뛰는 엄마, 우르르 함께 달리는 동호인들, 아빠 손을 잡고 뛰는 꼬마까지. 축제를 즐기는 방법은 제각각이었다.

올림픽공원을 벗어나 조금 달리니 1km 알림판이 보였다. 하지만 숫자가 2, 3으로 느는 체감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절반쯤 달렸나 했는데 갑자기 왼편에 멈춰 선 한 무리가 보였다. ‘벌써 포기하나’ 하고 보니 급수대에 몰린 사람들이다. 5km 지점에 도착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인파를 뚫고 겨우 물 한 컵을 들고 나왔다.

석촌호수 사거리를 지나니 38km를 달려온 풀코스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레이스 막판 회원들을 응원하러 나온 동호인들의 함성에 무거워지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40km를 달린 풀코스 참가자들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고작 8km를 달려온 필자의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풀코스 완주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달리는 사람, 응원하는 사람 구경하며 달리다 보니 ‘언제나 나오나?’ 했던 결승선은 ‘벌써 왔나?’ 느껴질 정도로 빨리 눈앞에 나타났다. 첫 10km 완주 기록 58분 43초. 완주 메달을 보고 있으니 포기한 늦잠이 결코 아깝지는 않구나 싶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광화문#임보미#완주메달#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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