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라이징스타] (6) SK 김주한 “입단 첫 해 1군 상상 못했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24일 05시 30분


SK 사이드암투수 김주한은 입단 첫 시즌이던 지난해 ‘순수 신인’으로선 드물게 1군에서 팀의 주축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첫 승보다 1군 콜업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1군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스포츠동아DB
SK 사이드암투수 김주한은 입단 첫 시즌이던 지난해 ‘순수 신인’으로선 드물게 1군에서 팀의 주축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첫 승보다 1군 콜업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1군에서 살아남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스포츠동아DB
붉은 닭띠의 해에 힘껏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스타들이 있다. 이제 막 재능의 꽃을 피워낸 여린 꽃송이지만 앞으로 KBO리그를 대표할 재목으로 꽃잎을 활짝 펼칠 라이징 스타들. 이들의 희망찬 날갯짓을 스포츠동아가 집중조명해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6번째 주인공은 지난해 신인으로 데뷔 첫 시즌을 1군에서 보내며 SK의 주축 불펜투수로 자리한 김주한(24)이다. 순수 신인의 1군 데뷔가 점차 늦어지는 상황에 입단 첫 해부터 1군에서 활약한 그는 “아직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군에서 야구를 길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SK 김주한. 사진제공|SK 와이번스
SK 김주한.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첫 승보다 기억에 남는 1군 콜업

-KBO리그는 신인들의 진입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입단 첫 해부터 1군에서 뛰는 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그걸 해냈다.


“사실 캠프 때만 해도 1군에 이렇게 빨리 올라올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엔 ‘올해 안에 1군 등록만 되자’는 게 목표였다. 9월에 확대 엔트리가 시행될 때 한 번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정도만 생각했다.”

-5월 말에 1군 콜업이 됐고, 시즌 끝까지 1군에 있었다. 처음 1군 등록 얘기를 듣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날짜도 기억난다. 5월28일에 퓨처스리그(2군) 부산 원정을 가 있었는데, 그날 밤에 ‘인천으로 올라가라’는 말을 들었다. ‘아, 내게도 기회가 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5월29일 1군에 처음 등록됐는데, (상기된 표정으로) 그 날은 잊을 수가 없다. 첫 승(6월9일 문학 롯데전·2이닝 1실점 구원승)한 날은 기억 못하는데 1군에 올라온 날은 정확히 기억한다.”

-야구를 시작했을 때로 돌아가 보자.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워낙 운동을 좋아했는데 다른 학부형께서 ‘야구해보지 않을래?’라며 제안을 하셨다. 고향 경주에 야구하는 학교가 딱 1개 있었다. 처음엔 1루수나 내야수를 봤던 걸로 기억한다.”

-투수는 언제 시작했나. 처음부터 사이드암 투수였나.

“중학교 입학하면서 투수를 하게 됐다. 처음부터 옆으로 던졌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땐 내가 키도 작고 힘도 부족하다 보니, 옆으로 던지는 게 나았던 것 같다. 또 한창 지바 롯데의 와타나베 슌스케 등 밑으로 던지는 투수들을 많이 본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 사이드암 투수를 선택한 게 지금의 김주한을 만든 것 같다.

“처음 투수를 하다보니 정말 열심히 했다. 돌이켜보면 그땐 왜 그렇게 사이드로 던졌는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잘 되라고 그랬던 것 같다.(웃음)”

고려대 시절 김주한. 사진제공|고려대학교
고려대 시절 김주한. 사진제공|고려대학교

● 4년 내내 고려대의 에이스, 프로의 밑거름 되다!

-경주에서 학교를 다니다 고등학교는 성남고로 갔다. 무슨 사연이 있었나.


“경주고 입학이 결정되고 나서 전국체전도 1경기 뛰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야구부가 해체됐고,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성남고로 전학간 뒤엔 숙소 생활을 해야 했다. 나 말고도 지방 출신 선수들이 있었다. 경주고에선 서예일(두산)과 함께 성남고로 갔다.”

-고교 졸업 후 프로에 가지 않고 고려대에 입학했다.

“주말리그가 처음 시행될 때였는데 4승2패에 2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 당시 감독님께서 지명을 받아도 하위라운드일 것 같다고 하셨다. 부모님과 상의하고 나서 대학에 진학하기로 했다.”

-고려대 재학 시절에는 4년 내내 에이스였다. 특히 연세대와 정기전에서 4년간 30.2이닝 7실점(3자책)으로 맹활약했다. 3학년 때까지 방어율 0을 유지했고, 4학년 때 처음 자책점을 내줬지만 9이닝 5실점(3자책), 146구 완투승을 거뒀다.

“팀에선 내가 많이 나갔지만, 대학 시절 다른 학교만 봐도 나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많았다. 정기전에선 좋은 기억이 있다. 그때 경험이 프로 와서 큰 도움이 됐던 게 사실이다.”

-어떤 게 도움이 됐나. 지난해 잠실구장에서 15이닝 1실점으로 강했는데 연관이 있을까.

“아마추어 땐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근데 4년 동안 정기전을 하면서 관중이 꽉 찬 잠실구장에서 던지는 경험을 했다. 그때도 떨렸고 프로에 온 지금도 떨리지만, 확실히 미리 경험해본 게 도움이 됐다. 올해 잠실에서 성적이 좋았던 건 열심히 해서 그런 것 같다.(웃음)”

SK 김주한. 스포츠동아DB
SK 김주한. 스포츠동아DB

● 조웅천표 체인지업, 좌타자가 더 편해요

-프로에 온 뒤 스피드도 올랐다. 140㎞ 초반에서 이젠 140㎞대 후반을 던진다. 단시간에 구속을 끌어올린 비결이 있나.


“예전 구속과 비교해보면 7㎞ 정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특별히 무엇을 하기보다는 1군에서 코치님들이 시켜주시는 대로 열심히 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

-사이드암 투수지만, 좌타자 상대로 장점이 있는 체인지업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학 시절보다 더 날카로워졌다는 평가다.

“예전엔 던질 때 직구를 던지는지, 체인지업을 던지는지 티가 났다. 조웅천 코치(현 두산)님 지도 아래 여러 시도를 했고, 직구를 던지는 것처럼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게 됐다. 코치님은 항상 공을 낮게 던지도록 주문하셨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타자들이 속는 게 보이더라. 계속 파고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는 왼손타자에게 약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체인지업이 있으니 다를 것 같다. 좌타자와 우타자, 어느 쪽이 상대하기 편한가.

“우타자보다는 좌타자가 오히려 더 편한 게 있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0.279)이 우타자 상대(0.260)보다 높지만, 체인지업 덕분에 편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시즌 끝까지 1군에 있으면서 무엇이 부족하다 느꼈나.

“좀더 세세한 컨트롤이 필요한 것 같다. 컨트롤의 중요성을 느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 체력적으로는 오히려 여름에 결과가 좋았다.(웃음)”

SK 김주한. 스포츠동아DB
SK 김주한. 스포츠동아DB

● 프로의 어려움, 1군에서 오래 살아남겠다!

-지난 시즌 가장 기억에 남거나 아쉬운 경기가 있나.

“처음 선발 등판했던 KIA전(7월29일 문학 경기·2.2이닝 6실점)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한숨을 내쉬며) 그때 정말 못 던졌다. 선발진에 구멍이 난 상황이었고, 코칭스태프께서도 날 길게 두실 생각이 없으셨다. 잘 던지면 3회? 근데 난 길게 막아보자는 생각에 마운드에서 욕심을 부렸다. 길게 가려고 조절을 하다보니 경기를 망쳤다.”

-투수라면 선발 자리에 욕심이 나기 마련이다.

“첫 기회였다. 길게 잘 던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니, 스스로 무너진 것 같다.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프로에 와서 처음 중간계투의 어려움을 느꼈을 것 같다.

“아마추어 땐 중간에 올라가도 5이닝 이상 버텨야 하는 일이 일상적이었다. 그런데 프로에선 긴 이닝이 아니라 전력으로 한 타자씩 잡아야 했다. 항상 대기를 하는 것도 힘든 부분이었다. 타자들도 강하니 더 좋은 컨트롤이 필요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중간계투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가졌다. 올 겨울엔 어떻게 운동하고 있나.

“구종을 더 만들기 보다는 좋은 컨트롤이 중요한 것 같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더 날카롭게 가다듬고 싶다. 최근엔 더 강한 공을 던지기 위해 근지구력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

-이제 2년차 시즌이다. 팀에서도 기대하는 게 많을 텐데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수치적인 목표는 잡지 않았다. 1군에서 야구를 길게 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수치는 따라올 것 같다. 아직 내가 1군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쟁에서 이겨 1군에 살아남는 게 목표다.”

● SK 김주한

▲생년월일=1993년 2월 3일
▲출신교=경주동천초∼경주중∼성남고∼고려대
▲키·몸무게=184cm·93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16년 SK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
▲입단 계약금=1억원
▲2016년 연봉=2700만원
▲2016시즌 성적=39경기 3승1패 1세이브 2홀드 방어율 4.25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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