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여오현 ‘2m +α’의 딜레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19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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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여오현.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 여오현.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은 ‘2016~2017 NH농협 V리그’ 4라운드를 2승4패로 마쳤다. 얻은 승점은 5점뿐이었다. 온전히 승점 3을 챙긴 경기는 하나도 없었다. 1위 대한항공(승점 46)보다 1경기를 덜 치렀음에도 승점 3이 밀린다. 우리카드, 한국전력에 따라잡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이 상황이 외국인선수 1명(톤)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피드배구’로 집약되는 현대캐피탈 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린 것이 치명적이다. 결국 팀원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기능하는 현대캐피탈 배구의 시작점이라 할 리시브 라인의 문제로 귀결된다.

● 리베로 여오현, ‘2m +α’의 딜레마

현대캐피탈은 V리그 최고의 리베로 여오현 플레잉코치(39)를 보유하고 있다. 여오현의 리시브 성공률은 60.70%에 달한다. 리베로로서 드물게 리시브와 디그 양 쪽에서 결함이 없다. 그러나 4라운드 들어 여오현의 리시브 정확도가 약간 흔들리고 있다. 수비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레프트 톤과 박주형의 리시브가 흔들리자 최 감독은 고육지계로 변형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톤을 리시브에서 열외시켜 3명이 받던 서브를 2명이 받도록 바꾼 것이다. 이는 곧 여오현의 수비범위를 극한까지 확장한다는 뜻을 담는다. 최 감독에 따르면, 여오현의 수비반경은 대략 좌우 2m 반경이다. 여기에 ‘+α’를 더하는 위험성을 감수하는 것이다. 최 감독은 4라운드 들어 백업 리베로 신동광의 투입 빈도를 높이고 있다. 여오현의 체력안배를 염려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비범위는 늘려야 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현대캐피탈 여오현.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현대캐피탈 여오현.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 외국인 교체가 대안일 수 있을까?

현대캐피탈은 올스타 브레이크부터 판정이 끝난 톤을 대체할 새 외국인선수를 찾는다. 제한된 환경에서 레프트, 라이트 포지션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최 감독은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트가 온다면 이는 문성민의 레프트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면 현실적으로 여오현의 리시브 범위는 확장될 것이다. 최 감독이 애당초 톤을 뽑았던 결정적 배경은 리시브 능력이었다. 공격은 못해도 이것만 해주면 스피드배구의 역동성이 유지된다고 봤다. 그러나 여린 성격의 톤은 멘탈에서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멸했다. 이제 새 외국인선수를 뽑든지, 정 안되면 토종선수로만 싸워야 될 형편이다. 현대캐피탈에 공격을 잘하는 선수는 많아도, 수비가 견실한 선수는 드물다. 우리 나이로 마흔인 여오현의 어깨가 무겁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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