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그들을 말한다] (5) ‘유이 아빠’ 아닌 ‘야구인’ 김성갑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15일 05시 30분


‘유이 아빠’로 더 유명한 SK 김성갑 수석코치는 현역 시절 누구보다 강한 승부욕으로 11년간 견실하게 선수 생활을 했다. 은퇴 후에도 지도자로 롱런하고 있는 성공한 야구인이다. 스포츠동아DB
‘유이 아빠’로 더 유명한 SK 김성갑 수석코치는 현역 시절 누구보다 강한 승부욕으로 11년간 견실하게 선수 생활을 했다. 은퇴 후에도 지도자로 롱런하고 있는 성공한 야구인이다. 스포츠동아DB
가수 겸 배우 유이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SK 김성갑(54) 수석코치는 현역 시절 ‘견실한 선수’였다. 11년간의 프로 생활을 돌아본 그는 “승부욕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평범한 선수였지만, 내 체격으로는 선방했다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선수 은퇴 후 코치로 ‘장수’하고 있는 그에게 ‘유이 아빠’가 아닌 ‘야구인’의 삶을 들어봤다.

● 입단 직후 입대영장, 빙그레 트레이드로 전성기

건국대를 졸업하고 1985년 고향팀 삼성에 지명된 김성갑은 신인 시절부터 주목받은 내야수였다. 입단하자마자 동기 김용국, 이종두와 함께 삼성이 사상 처음 진행한 미국 전지훈련(플로리다 베로비치)에도 참가했다. 개막 엔트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홈에서 개막전을 치르고 처음 떠난 서울 원정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입대영장’이었다.

김 수석코치는 “당시 대학원을 진학해서 군대를 미뤘어야 하는데 실수로 못했다. 바로 나올 줄은 몰랐다. 4월15일에 14개월 방위로 입대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군 생활이 끝나기도 전에 또 하나의 비보가 날아들었다. 신생팀 빙그레로 트레이드된 것이다. 삼성과 입단계약을 맺자마자 결혼생활을 시작했기에 홀몸도 아니었다. 부인과 돌도 지나지 않은 첫째 딸과 함께 대전으로 향했다.

김 수석코치는 “프로 선수라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경기에 못 뛰면 인정받지 못한다. 경기에 뛰어야 잘 한다 소릴 듣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트레이드는 필요에 의해서, 원해서 하는 것이다. 섭섭한 건 있었지만, 내가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레이드는 오히려 ‘선수 김성갑’의 인생을 바꿔 놨다. 빙그레에서 뛴 2번째 시즌인 1987년, 주전 3루수로 전 경기 출장 기록까지 세웠다. 1987년 10월부터 1988년 7월까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3루수 역대 최다 67연속 경기 무실책 기록도 세웠다. 김 수석코치는 “빙그레에서 3루수로 뛸 때가 최고 전성기였다”며 흐뭇해했다. 모두가 유이로 부르는 둘째 딸 유진이도 당시에 얻었다.

SK 김성갑 수석코치. 스포츠동아DB
SK 김성갑 수석코치. 스포츠동아DB

● 승부욕 넘친 김성갑, 평범했지만 작지 않았다!

타고난 승부욕은 2번째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나이 서른이던 1991년, 구단에선 강석천 등 쟁쟁한 젊은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고자 했다. 선수 김성갑은 이번에도 ‘경기에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태평양에서 보낸 마지막 5년, 3루수와 2루수를 오가며 수비 되는 고참으로서 능력을 과시했다. 은퇴 전 마지막 시즌이었던 1995년에는 올스타 베스트10 2루수 부문 팬투표 1위를 하며 생애 첫 올스타전 무대까지 밟았다.

그는 “남들은 쉽게 생각하고 나가기 싫어하기도 하는 올스타전이지만, 난 마지막에 딱 한 번 나갔다. 그만큼 톱스타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선수였다. 나름대로 내 체격에 프로 11년 동안 선방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선수 김성갑’은 지금도 깨지지 않는 ‘역대 최경량’ 선수(1990년 60㎏)다. 김 수석코치는 “57~58㎏ 정도 체중으론 체력이 버티기 힘들더라. 키도 중학교 3학년 이후로 크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선수들은 다치고 쉬고 오면 10㎝씩 크던데 난 한 번도 아프지 않고 뛰었다. 선수 때 프로필은 좀더 컸던 것 같은데 지금 재보면 165㎝ 정도다. 입단하고 김인식(MBC), 김광수(OB) 선배와 함께 매스컴에서 놀리기 딱 좋은 선수였다”며 웃었다.

작은 체구에도 그는 다부진 면모를 보이며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음에도 롱런했다. 그는 비결에 대해 “지금까지 난 내가 작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중학교 땐 손목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에 매일 같이 덤벨을 들었다. 그리고 스피드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스윙을 엄청 많이 했다. 프로 시절엔 아파트 뒤뜰에서 매일 방망이를 돌렸다”고 설명했다.

● 장수 코치의 비결, 선수와 진정성 있는 소통

프로 시절 경험은 지도 철학으로 이어졌다. 그는 지나친 단체훈련보다는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개인훈련의 중요성이 높다고 보는 지도자다. 김 수석코치는 “내가 해보고 느껴서인지 선수들에게 개인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때가 진짜 능력을 끌어올리는 시간이다. 우리나라는 단체훈련을 너무 많이 한다. 그러면 지쳐서 개인훈련을 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코치로서 장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김 수석코치는 은퇴 직후 현대 2군 수비코치를 시작으로 IMF 사태로 인해 코치수를 13명으로 제한해 실직자가 됐던 1999년을 제외하면 매년 프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현대가 해체되고, 히어로즈가 창단됐음에도 그 자리를 계속 지켰고, 올해부터는 SK 수석코치로 부임해 태평양과 현대의 추억이 있는 인천으로 돌아왔다.

그는 “선수들과 소통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선수들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코치와 선수는 거리감이 있어선 안 된다. 진정성이 없다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나도 화낼 때가 가끔 있지만, 항상 먼저 선수 입장을 되돌아본다. 과거 난 어땠는지 생각해본다”고 강조했다. 2012시즌 막판 김시진 감독의 경질로 감독대행까지 경험했지만, 그는 “감독대행은 나머지 시즌을 치러달라는 의미였다. 욕심을 낼 수도 있지만, 그 자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난 항상 코치들에게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지론을 밝혔다.

이제 내년에는 외국인인 트레이 힐만 감독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수석코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는 “가고시마 마무리훈련 때 3박4일 동안 함께 있으면서 1달 얘기를 다 한 것 같다. 어느 때보다 내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코치와 선수들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그대로 감독에게 전달하겠다. 감독의 말도 있는 그대로 전달하겠다. 오해의 소지가 생겨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사실상 감독 통역과 가장 많은 얘길 하게 된다. 나도 수석코치지만, 통역도 수석코치라고 생각한다. 명확한 전달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수 겸 배우 유이-김성갑 수석코치(오른쪽). 스포츠동아DB
가수 겸 배우 유이-김성갑 수석코치(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유이 아빠’ 김성갑, 예비 사위와 편하게 소주 한 잔!

숨 가쁘게 ‘야구인 김성갑’에 대해 돌아봤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얘기를 꺼냈다. 최근 유이는 월화드라마 주인공으로 안방극장을 누비고 있다. 김 수석코치는 “드라마 촬영 때문에 바빠서 언니와 함께 서울에서 지내고 있다. 둘 다 수영을 했는데 큰 딸은 수영강사를 하고 있다. 큰 애는 나보다 작다고 ‘좋은 건 막내가 다 가져갔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아이들이 잘 큰 건 집사람의 공이 크다. 어릴 때부터 애들 뒷바라지에 고생이 많았다. 선수나 코치는 지방원정에 해외 전지훈련 등 밖에만 있지 않나. 아내에게 참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막내 딸 유이와 열애 중인 배우 이상윤과는 편하게 소주 한 잔도 하는 사이다. 김 수석코치는 “젊은 친구들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좋은 친구 같다. 딸과 그 친구가 서로 바쁘다보니 많이 못 보는 게 안타깝다. 소주 한 잔 할 때도 둘을 같이 보기가 참 힘들다”며 아쉬워했다.

● SK 김성갑 수석코치

▲생년월일=1962년 5월 3일
▲출신교=대구수창초∼경상중∼대구상고∼건국대
▲프로 입단=1985년 삼성 1차 지명
▲프로 경력=삼성(1985년)∼빙그레(1986∼1990년)∼태평양(1991∼1995년)
▲통산 성적=942경기 타율 0.235(2416타수 567안타) 14홈런 218타점 78도루
▲지도자 경력=현대 수비코치(1996∼1998·2000∼2007)∼히어로즈 수비코치(2008∼2009)∼넥센 주루코치(2010)∼넥센 2군 감독(2011)∼넥센 수석코치(2012)∼넥센 감독대행(2012.9.18∼2012.10.9)∼넥센 2군 감독(2013∼2015)∼SK 수석코치(2016∼)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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