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는 내가 주전” 8초의 승부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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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남자부 원 포인트 서버 3人
세트 후반 투입돼 상대 수비 흔들어 현대캐피탈 이시우 올 서브로만 5점
한전 이승현, 서브 평균 1.66회 1위… 삼성화재 세터 이민욱, 서브로 한몫

 “현대캐피탈에서 강서브를 맡고 있는 이시우입니다.”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의 신인 선수 이시우(22)는 곧잘 아이돌 가수처럼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시우는 올 시즌 세트 후반 서브가 약한 선수를 대신해 서브를 책임지는 ‘원 포인트 서버’로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다.

 결과도 좋다. 12일까지 이시우가 서브를 넣었을 때 상대팀의 리시브 성공률은 27.3%밖에 되지 않는다. 팀 선배이자 서브 득점 3위(세트당 0.383점)인 문성민(30)이 서브를 넣을 때 상대 팀 리시브 성공률 28.4%보다 낮다. 원 포인트 서버로 33번 출전한 이시우는 올 시즌 기록한 통산 5득점을 모두 서브로 올리고 있다.

 원 포인트 서버라고 서브를 딱 한 차례만 넣는 건 아니다. 팀이 득점을 올리면 계속 서브를 넣을 수 있다. 이시우는 1일 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상대로 3세트에 6번 연속 서브를 넣었다. 17-12로 앞선 상황에서 코트에 나선 이시우는 점수가 22-13으로 크게 벌어지고 나서야 다시 선수 대기 구역으로 돌아갔다. 이시우는 코트에 한 번 나갈 때마다 서브를 평균 1.55차례 넣은 뒤 다시 주전 선수에게 자리를 돌려줬다.

 이 부문 최고는 한국전력 이승현(30)이다. 이승현은 원 포인트 서버로 나왔을 때 서브를 평균 1.66차례 시도했다. 올 시즌 10번 이상 원 포인트 서버로 출전한 선수 중 최고 기록이다. 이승현은 올 시즌 원 포인트 서버 출전 횟수(38회)가 가장 많은 선수이기도 하다.

 이승현이 원 포인트 서버로 서브를 평균 1.66차례 시도했다는 건 서브 기회 세 번 중 두 번은 서브를 두 개 연달아 넣는다는 뜻이다. 그만큼 팀도 득점을 많이 올렸다. 올 시즌 남자부 경기에서 서브를 넣는 팀이 득점에 성공할 확률은 30.0%다. 이승현은 이 기록을 41.3%로 끌어올리는 원 포인트 서버다.

 삼성화재 세터 이민욱(21)도 서버로서 제몫을 다했다. OK저축은행 세터 이민규(24)의 동생인 이민욱은 유광우(31)에게 밀려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이민욱의 서브로 랠리를 시작했을 때 삼성화재가 점수를 올린 비율은 40.5%로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이민욱이 이승현에 이어 두 번째로 원 포인트 서버 출장 기회(33회)를 많이 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배구에서 서브 제한 시간은 8초다. 원 포인트 서버는 이 8초 안에 오직 서브로만 자기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8초의 승부사’들이 쏘아 올린 ‘서브 폭탄’으로 V리그 코트가 열기를 더하고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배구#현대캐피탈#이시우#한국전력#이승현#삼성화재#이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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