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조커, 1년만에 풀타임 득점왕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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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챌린지 대전 김동찬의 인생역전
작년 전북서 14경기 교체투입 무득점, FA 됐지만 모두 외면 무적 신세 위기
등록 1주일 남기고 가까스로 대전 입단, 시즌 20골 8도움… 클래식 팀도 러브콜

5월 1일 고양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엄지를 치켜세운 김동찬.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5월 1일 고양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엄지를 치켜세운 김동찬.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전북에서 뛰던 김동찬(30)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하지만 전북은 그를 붙잡지 않았다. 다른 팀에서도 오라는 곳이 없었다. 무적(無籍) 신세가 될 처지에 놓였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렀다. 해가 바뀌어 올 2월이 거의 다 지나갈 때까지 불러주는 팀이 없었다. 가족들은 여유를 갖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고 했지만 불안했다.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6년 경남에서 프로 데뷔를 한 김동찬은 2009년과 2011년 두 자릿수 득점을 하며 ‘쓸 만한 공격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8년에는 축구협회(FA)컵 득점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김동찬에게 대전 지휘봉을 잡고 있던 최문식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김동찬은 2월 23일 챌린지(2부 리그) 대전에 입단했다. 올 시즌 선수 정기등록 마감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을 때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지금 김동찬은 여기저기서 서로 데려가려는 선수가 됐다. 챌린지뿐만 아니라 클래식 팀들도 김동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공격수인 김동찬은 지난달 30일 끝난 올 시즌 2부 리그에서 20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도움도 8개(4위)를 기록했다. 전북에서 김동찬은 후보 선수였다. 지난 시즌 전북에서 출전한 15경기 중 14경기가 교체 투입이었다. 득점은 없었다. 챌린지에서 국내 선수로는 3년 만에 득점왕을 차지한 김동찬은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와 베스트11 후보에도 올라 있다.

 김동찬은 “2부 리그라고는 해도 골을 이렇게 많이 넣을 줄은 몰랐다. 경기를 이 정도로 많이 뛸 수 있을 것이라고도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동찬은 올 시즌 정규 라운드 전체 40경기 중 39경기(선발 37경기)를 뛰었다. 팀에서 가장 많은 출전 횟수다. 김동찬은 올 시즌의 활약에 대해 “절박함이 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에 입단하면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었다. 여기서도 안 되면 끝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2월로 대전과 계약기간이 끝나는 김동찬은 요즘 다른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따로 좀 만나자는 전화를 꽤 많이 받고 있다. 김동찬은 “백수 신세로 혼자 산에 올라 시간을 보내던 9개월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행복하다”면서도 “나를 받아 준 감독님께는 죄송해서 시즌이 끝난 뒤에도 연락을 못 드렸다”고 말끝을 흐렸다. 최문식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달 30일 사퇴했다.

 한편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에서 정규 라운드 4위 강원이 2일 부산(5위)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0으로 이겨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강원은 5일 부천(3위)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클래식 전북은 상주를 4-1로, 서울은 전남을 2-1로 꺾었다. 나란히 승점 67이 된 전북과 서울은 리그 최종일인 6일 우승을 놓고 맞붙는다. 다득점에서 앞선 전북은 비겨도 우승한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k리그 챌린지#김동찬#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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