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서 다크호스로, 서남원의 인삼공사 개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5일 05시 30분


KGC인삼공사 서남원 감독(맨 앞)이 KOVO컵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팀을 결승까지 끌어올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결승에서 IBK기업은행에 패했지만 꼴찌후보를 단숨에 준우승팀으로 만드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청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GC인삼공사 서남원 감독(맨 앞)이 KOVO컵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팀을 결승까지 끌어올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결승에서 IBK기업은행에 패했지만 꼴찌후보를 단숨에 준우승팀으로 만드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청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프로배구 KOVO컵이 열리기 전, 전문가들에게 판도에 관해 물었을 때의 기억이다. “여자부는 5개 팀이 다 우승후보라 할 수 있다. 한팀은 빼도 된다. 전력 상, 너무 떨어진다.” 여기서 외면당한 그 한 팀이 바로 인삼공사였다.

인삼공사는 최근 V리그 2시즌에서 연속 꼴찌를 했다. 그렇다고 올 시즌을 앞두고 큰 투자로 전력 보강을 한 것도 없었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했던 미들턴이 임신으로 팀에 합류하지 못하는 일까지 겪었다.

이런 인삼공사가 3일 청주에서 막을 내린 KOVO컵 마지막 경기까지 살아남았다. 4강전에서 지난시즌 V리그 우승팀 현대건설을 잡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결승에서 IBK기업은행에 0-3으로 완패했지만 리베로 김해란이 1세트에서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악재가 없었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또 몰랐다.

꼴찌 후보를 일약 결승까지 끌어올린 기적의 중심에는 서남원 신임 감독의 여심(女心) 사로잡기가 있었다. 서 감독은 선수들이 실수해도 언성 한번 높이지 않고, 자상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1세트를 21-25로 아깝게 놓친 뒤, 인삼공사 선수들은 서 감독과 함께 웃으며 2세트를 준비했다. 작전타임 때, 선수들의 눈빛은 서 감독을 향해 집중됐다. 지도자를 신뢰하는 조직원들의 생동감이 묻어났다. 2014~2015시즌 도로공사를 정규시즌 1위로 이끈 서 감독의 지도력이 우연이 아니었음이 입증되고 있다.

부임 이후 서 감독은 외국인선수를 혹사시키는 ‘몰빵배구’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인적쇄신을 가해 조직내 기득권을 파괴했다. 주전 세터 한수지를 센터로 포지션 변경했고, 이재은을 주전세터로 기용했다. 센터 장영은은 레프트로 옮겼다. IBK기업은행에서 트레이드한 유희옥이 주전센터가 됐다. 대체 외국인선수 알레나도 공수에 걸쳐 알짜 팀 플레이어로 확인되고 있다. 원래 수비에 강한 인삼공사는 더욱 끈질겨졌다. 서 감독은 준우승 직후 “우리 선수들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제 V리그에서 인삼공사를 쉽게 볼 데는 없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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