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홈런 레전드’들이 말하는 “내 생애 최고의 홈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2일 05시 30분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DB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극적인 순간 나온 홈런은 선수뿐 아니라 야구팬들에게도 짜릿한 전율을 선사한다. 삼성 이승엽(40)은 야구인생에서 598번의 짜릿함을 맛봤다. 1995년 프로에 데뷔해 올 시즌 8월 31일까지 정규시즌에서만 한·일 개인통산 598홈런을 날렸다. 야구팬들의 뇌리에 남는 홈런포도 참 많이 쏘아 올렸다. 번외 경기지만,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끝내기 승리에 발판을 놨던 동점 3점홈런, 2003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기록한 당시 아시아 단일시즌 최다홈런(56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 2-2로 맞선 8회 터트린 결승 2점홈런 등…. 그가 쏘아올린 홈런에는 항상 스토리가 있었고 감동이 있었다. 이제는 한·일 통산 600홈런이라는 대업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는 이승엽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이승엽과 더불어 KBO리그 35년의 역사를 빛낸 홈런 레전드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생애 최고의 홈런은 무엇이었습니까?”

이만수. 스포츠동아DB
이만수. 스포츠동아DB

● 평생 잊을 수 없는 내 생애 첫 홈런

‘처음’은 누구나 설렌다. 프로에 입단해 처음 섰던 타석, 처음 쳤던 안타는 머릿속에 선명히 각인된다. 그게 홈런이라면? 두 말 할 것도 없다. ‘홈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만수 전 SK 감독도 내 생애 최고의 홈런으로 KBO리그 1호 홈런을 꼽았다. 그는 삼성 시절이던 1982년 3월 27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MBC 청룡과 원년 개막전에서 1호 안타-1호 홈런-1호 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유종겸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터트리면서 한국프로야구 홈런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는 이후에도 251홈런을 더 터트렸지만 첫 번째 맛본 손맛은 평생 잊지 못하고 있다.
장종훈. 스포츠동아DB
장종훈. 스포츠동아DB

장종훈 현 롯데 타격코치에게도 생애 최고의 홈런은 프로 데뷔 1호 홈런이었다. 장 코치는 1986년 연습생(현 육성선수) 신분으로 빙그레에 입단했지만 통산 340홈런을 때려내며 한화 레전드로 우뚝 섰다. ‘연습생 신화’의 첫 걸음은 1987년 5월 12일 광주 해태전 2-0으로 앞선 5회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투수 김대현을 상대로 때려낸 좌중월 솔로홈런이었다. 장 코치는 “그해 4월부터 경기를 뛰었는데 한 달 만에 홈런이 나왔다. 그때 타구가 잘 맞긴 했는데 넘어간 줄 모르고 정신없이 뛰었다. 뛰다가 심판이 홈런 콜을 하는 것을 보고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았던 기억이 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수많은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 또한 자신의 데뷔 첫 홈런에 의미를 많이 부여했다. 1995년 5월 2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이강철 현 넥센 수석코치를 상대로 쏘아 올린 홈런포가 ‘국민타자’의 첫 걸음이었다. 사실 그의 1호 홈런을 기억하는 이는 많이 없지만 당사자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홈런”이라고 늘 얘기해왔다.

김성한. 스포츠동아DB
김성한. 스포츠동아DB

● 역대 최초의 30홈런·역대 최초의 개인통산 100홈런

‘오리궁둥이 타법’으로 통산 207번 담장을 넘긴 김성한 전 KIA 감독에게 가장 잊을 수 없는 홈런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태 시절이던 9월 7일 청주 빙그레전에서 0-0 동점이었던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투수 한용덕을 상대로 좌월 결승 솔로홈런을 날렸다. KBO리그 사상 최초로 시즌 30홈런 고지를 밟는 순간이었다. 그는 “청주구장이었다. 빙그레전이었는데 투수는 솔직히 누구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그 뒤로 장종훈이 40홈런 시대(1992년 41홈런)를 열고, 이승엽이 50홈런 시대(1999년 54홈런)를 열게 됐는데 나로선 30홈런 시대를 열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만수 전 감독도 프로야구 1호 홈런과 더불어 KBO리그 사상 최초로 개인통산 100호 홈런을 기록한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1986년 9월 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빙그레전에서 1번타자로 나선 그는 상대투수 천창호의 초구를 받아쳐 100번째 홈런을 만들어냈다. 삼성 4번타자였던 그가 1번타자로 나선 것은 해태 김봉연과 100홈런 선착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이 전 감독은 “100호도 의미 있었지만 그 홈런공을 주운 분이 동명이인(이만수)이라고 해서 기억에 남는다”며 “처음에 이만수라고 해서 ‘진짜냐?’고 물었는데 정말이어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 이승엽. 스포츠동아DB
삼성 이승엽. 스포츠동아DB

● 우승을 결정지었던 한국시리즈 홈런

의미 없는 안타나 홈런은 없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 나오는 홈런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승엽도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9로 뒤진 9회말 1사 1·2루서 이상훈을 상대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드는 동점 3점홈런은 ‘인생홈런’이라고 했다.
김봉연. 스포츠동아DB
김봉연. 스포츠동아DB

1982년 KBO리그 초대 홈런왕(22홈런)이자 해태의 10회 우승신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김봉연(현 극동대 교수) 역시 1983년 MBC청룡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쏘아 올렸던 홈런을 자신의 인생 최고의 홈런으로 꼽았다. 해태 4번타자였던 그는 그해 올스타 브레이크 때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얼굴과 머리를 300바늘 넘게 꿰매는 중상을 당했지만, 기적적으로 재기해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그리고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한국시리즈 3차전 3회 무사 1·2루서 상대투수 하기룡의 초구를 통타해 좌월 3점홈런을 날렸다. 김 교수는 “당시 이상윤과 시리즈 MVP를 두고 내부 경쟁 중이었는데 그 홈런을 포함해 19타수9안타(타율 0.474, 8타점)로 내가 MVP를 받았다. 홈런을 쳤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해태의 첫 우승에 발판이 되는 홈런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있다”고 말했다.

양준혁. 스포츠동아DB
양준혁. 스포츠동아DB

● 양준혁의 선수생활 피날레 홈런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양준혁 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승엽 이전 KBO리그 개인통산 최다홈런 기록(351홈런)을 가지고 있던 타자였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잊지 못할 홈런은 351개의 숫자에 포함되지 않은 홈런이다. 바로 삼성 시절이던 2010년 7월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0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그린 아치였다. 당시 그는 발목부상으로 빠진 SK 박정권 대신 올스타 멤버로 합류했고, 3-8로 뒤진 7회말 1사 1·2루서 3점홈런을 터뜨렸다. 양 위원은 “당시 올스타전 다음날 은퇴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갔던 경기였다. 경기 내내 만감이 교차했다. 선수생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었던 홈런이 나와서 정말 기뻤다. 어느 홈런보다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