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수비’ 伊축구가 골문 맡긴 17세 소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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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앞둔 ‘GK전설’ 부폰 은퇴 대비… 월드컵 예선 대표에 돈나룸마 발탁
장신에 민첩성 탁월 ‘제2 부폰’ 별명… 지난 시즌 명문 AC밀란 주전 꿰차
유소년 시절 너무 키가 커 나이 의심… 엄마가 출생증명서 경기장 들고다녀

대표팀 주전 GK 부폰
대표팀 주전 GK 부폰
1997년 첫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경기를 치른 이탈리아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잔루이지 부폰(38·유벤투스)은 20년째 이탈리아 대표팀의 골문을 지키고 있다.

19세 9개월의 나이로 국가대표팀 경기에 데뷔한 그는 어느덧 A매치 161경기를 치른 베테랑 골키퍼가 됐다.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부폰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여전히 열정이 생긴다”면서 은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부폰은 전성기에 비해 민첩성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폰에게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은 17세의 신예 골키퍼를 대표팀에 불러들여 부폰의 은퇴 이후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프랑스와의 평가전(9월 1일·현지 시간)과 이스라엘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9월 5일)에 나설 대표팀 골키퍼로 부폰과 함께 잔루이지 돈나룸마(17·AC밀란)를 포함시켰다.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1999년 2월생인 돈나룸마는 17세 6개월 만에 대표팀에 승선해 105년 전 로돌포 가비넬리가 16세 3개월의 나이로 대표팀에 뽑힌 이후 최연소 이탈리아 대표팀 선수가 됐다. 부폰이 A매치에 데뷔했을 때 돈나룸마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돈나룸마(196cm)는 부폰(191cm)과 같은 장신 골키퍼인 데다 민첩성도 뛰어나 17세 이하, 21세 이하 대표팀에서 뛸 때부터 ‘제2의 부폰’으로 주목받았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돈나룸마는 유소년 선수 시절에 큰 키 때문에 고충을 겪기도 했다. 가디언은 “돈나룸마의 어머니는 아들이 지역 유소년 리그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아들의 나이를 증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키가 컸던 탓에 돈나룸마의 나이를 의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어머니는 항상 아들의 출생증명서를 지참하고 경기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돈나룸마는 지난해 16세 8개월의 나이로 소속팀 경기에 출전해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최연소 골키퍼 출전 기록도 세웠다. 지난 시즌부터 세리에A의 명문 AC밀란의 주전 골키퍼 자리를 꿰찬 그는 22일 열린 토리노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도 상대 페널티킥을 막아 팀의 3-2 승리를 지켜내는 등 출중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돈나룸마는 과거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폰을 우상으로 꼽았다. 그는 “부폰의 발자취를 따라 대표팀 주전 골키퍼가 되는 것이 내 꿈이다”고 말했다. 부폰도 차세대 유망주의 등장이 반가운 눈치다. 그는 “돈나룸마는 최고의 골키퍼가 될 것이다. 어린 나이에도 많은 압박을 이겨내고 성장하고 있는 그를 지켜보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탈리아 축구대표팀#대표팀 주전 gk 부폰#유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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