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심각한 도덕불감증 KBO리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26일 05시 30분


이태양-문우람(오른쪽). 스포츠동아DB
이태양-문우람(오른쪽). 스포츠동아DB
KBO리그 선수들은 2012년 승부조작에 가담한 박현준과 김성현(당시 LG)의 추락을 지켜봤다. 이들은 영구제명당했다. 당시 대책마련에 나선 구단들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했다. 박현준과 김성현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선수 생명을 걸고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무지(無知)한 선수가 더는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었다. 2014년 유창식(당시 한화), 2015년 이태양(NC)과 문우람(상무)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도유망한 투수 2명의 선수생명이 끝난 것을 보고도 대담하게 조작행위를 한 것이다. 브로커들은 한 단계 진화한 수법을 들고 나왔고, 선수들은 이 꾐에 넘어갔다. 심각한 도덕불감증이다.

박현준·김성현 사례 보고도 왜?

야구선수가 야구를 할 수 없다면 이는 모든 걸 잃은 것이다. 유창식과 이태양 둘 다 마찬가지다. 만약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적발되면 선수생명이 끝나는 것을 알고도 범죄의 늪에 빠져든 이유는 무엇일까.

해설위원 A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며 “스타급 선수들은 연봉이 급격히 오르고, 대형 프리에이전트 계약 등으로 짧은 시간 안에 부가 축적된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다. 자동차와 옷, 가방 등을 보며 동료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고, 승부조작에 가담하면 빨리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구력 불안한 투수들, 브로커의 목표물

이번 사건에 연루된 유창식은 통산 127경기에서 볼넷을 276개나 허용했을 정도로 제구력이 불안한 투수였다. 승부조작 직전 해인 2013년까지 78경기에서도 158개의 볼넷을 내줬다. 브로커가 선수에게 “네가 볼넷을 내줘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말로 접근한다는 게 정설이다. 해설위원 B는 “브로커들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 선수들을 유혹한다”며 “승부조작 관련 네트워크가 여기저기 연결돼 있다면 이는 리그의 존폐가 걸린 문제다. 유창식은 제구력이 좋지 않은 투수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간 것으로 안다. 승부조작 관련 소문만 들어도 마음이 무겁다”고 아쉬워했다.

여러 구단의 코치를 경험한 베테랑 야구인 C는 “2012년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뒤 검찰에서 나와 교육하기도 했다”며 “박현준과 김성현 사례를 보고도 똑같은 범죄를 저지른 건 선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야구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베테랑 선수 D는 “선수로서 창피하고, 팬들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선수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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