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지는 암세포’ 승부조작, 안전지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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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7월 26일 05시 30분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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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이라는 암세포는 야구계 어디까지 퍼져있는 것일까? 연루자의 실토가 없는 한, 파악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도 이태양(NC) 문우람(상무) 유창식(KIA)의 혐의가 드러났다. 자진신고 형식으로 승부조작을 고백한 유창식은 25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북부경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실체가 모호했던 ‘판도라의 상자’가 이를 계기로 열릴 것인가?

퓨처스리그는 정말 안전한가?

승부조작 사건의 관련 제보자는 “1군뿐 아니라 퓨처스리그(2군리그)도 승부조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전했다. KBO도 개연성을 인지하고 있다. 승부조작은 사이트 개설자, 브로커, 선수가 있어야 성립되는데, 이 공범들을 묶는 끈은 돈이다. 퓨처스리그 저연봉 선수들일수록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되고, 동영상으로 기록에 영구히 남는 1군에 비해 퓨처스리그는 범행 시, 적발 가능성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퓨처스리그 경기도 생중계가 되고 있어 실시간 불법베팅이 가능한 구조다.

KBO클린센터는 “2012년 이후 승부조작 의심경기를 전수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군은 대상이 아니다. 기록지 외에는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퓨처스리그 경기가 중계되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게임을 볼 수 없으면 베팅하는 입장에서 돈을 걸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야구장에 가서 몰래 동영상 촬영을 한다든지 방편은 얼마든지 있다. 퓨처스리그의 연루 의혹은 기존 구단들뿐 아니라 이 리그에 속한 상무와 경찰청까지 자유로울 수 없는 사안이다.

선수의 불법스포츠 도박사이트 베팅 의혹은?

4년 전, 박현준과 김성현(이상 전 LG) 등의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야구계에는 ‘괴담’이 돌았다. “일부 현역 선수들이 불법스포츠 도박사이트에 가입해 돈을 베팅했다”는 소문이었다. 자신이 승부조작에 직접 참가하지는 않지만 친분 있는 브로커나 가담선수를 통해 구체적 정보를 획득한 뒤, 돈을 벌 목적으로 불법도박판을 벌인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유창식의 조사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유창식을 승부조작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지목된 브로커 A씨가 불법사이트 베팅을 지인들에게 권유했다는 혐의를 경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인들 중 프로야구 선수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확대될 것이다. KBO는 “자진신고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이 해당되기 때문에 승부조작은 물론 불법베팅도 범위에 들어간다”고 해석했다. 실체가 밝혀질수록 사건은 종결이 아니라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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