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메시도 경험 못한 ‘메이저 대회 우승컵’ 들어올릴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7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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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의 경기가 아니라 두 팀의 준결승이다. 11대 11의 싸움으로 봐 달라.”

웨일스의 개러스 베일(27)은 7일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준결승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이미 레알 마드리드의 ‘BBC 라인’(카림 벤제마-개러스 베일-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을 이루고 있는 호날두와 베일의 대결로 좁혀져 있었다. ‘베일스-호르투갈’의 대결이라 부르는 팬들도 있었다. 둘이 국가대표로 경기장에서 만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은 이날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유로 2016 준결승전에서 돌풍의 팀 웨일스를 2-0으로 꺾고 12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유로 2004에서 그리스에 0-1로 지며 준우승에 머물렀던 포르투갈은 대회 첫 우승에 다시 한번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호날두는 2009년, 베일은 2013년에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었다. 베일은 이적 당시 호날두가 갖고 있던 8000만 파운드(약 1200억 원)의 이적료를 뛰어넘는 8600만 파운드(약 1290억 원)의 세계 최고 이적료를 기록했다. 축구정보 사이트 ‘트란스퍼마르크트’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호날두의 시장가치는 9300만 파운드(약 1395억 원), 베일은 6800만 파운드(약 1020억 원)다.

이번 대회 8강전까지의 활약만 보면 베일은 호날두를 압도했다. 베일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었고, 북아일랜드와의 16강전 ‘영국 더비’에서는 결승골이 된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다. 반면 호날두는 헝가리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2골을 넣은 게 전부였다. 폴란드와의 8강전에서는 잇단 헛발질로 결정적인 기회를 날리기도 했다. 호날두의 부진에 포르투갈은 이날 경기 전까지 이번 대회 5경기를 치르면서 한 번도 90분 정규시간 안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호날두는 0-0이던 후반 5분 코너킥 상황에서 올라온 공을 정확하게 헤딩골로 연결시켰다. 함께 뛰어 오른 상대 수비수 제임스 체스터(27·웨스트 브로미치)보다 머리 하나가 더 높았을 정도로 점프력이 탁월했다. 호날두는 이 골로 미셸 플라티니(61·프랑스)가 갖고 있는 유로 본선 최다 골(9개)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호날두는 3분 뒤 도움까지 기록했다. 호날두가 페널티 지역에서 낮게 깔아 찬 공을 나니(30·발렌시아CF)가 살짝 방향을 바꾸며 추가골을 터트렸다. 베일은 경기 뒤 “호날두는 오늘도 골을 넣었다. 그는 타고난 골잡이”라고 말했다. 포르투갈이 한 경기만 더 이기면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29·아르헨티나)도 경험하지 못한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다.
이승건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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