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천스닥’ 증시 연일 호황
신용융자 잔액 사상 첫 29조 넘어
증권사 年3%대 금리로 고객 유혹
“무리한 빚투 유발 우려” 지적 나와
최근 국내 증시가 ‘오천피’(코스피 5,000)에 이어 ‘천스닥’(코스닥지수 1,000)까지 찍으며 연일 호황을 이루자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증권사가 대출 이자율을 낮추고 고객 유치에 나서면서 과도한 빚투를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빚투 자금 처음으로 29조 원 돌파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른바 빚투 지표로 불리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처음으로 29조 원을 넘겼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년 전인 지난해 1월 16조8392억 원이었는데, 같은 해 12월 27조2865억 원까지 불어났다. 국내 증시 ‘불장’이 지속되자 이달 20일에는 처음으로 29조 원을 넘겼다. 21일에는 29조821억 원으로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주식 매수를 위해 빌린 자금 중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개인 투자자의 빚투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차액결제거래(CFD) 잔액도 증가하고 있다. CFD는 투자자가 실제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도 증거금 40%만 있으면 증거금의 최대 2.5배까지 투자할 수 있는 일종의 빚투다. 2025년 1월 1조6931억 원에서 이달 23일 2조8886억 원으로 70% 넘게 증가했다.
코스피 랠리를 주도하는 반도체·자동차 대장주들의 신용잔액이 크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신용잔액은 지난해 초 2000억∼3000억 원 선이었는데, 이달 26일 1조3639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만에 약 1조 원이 불어난 것. 최근 코스피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던 현대자동차는 26일 기준 6518억 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한 달 만에 약 3700억 원이 늘어났다.
빚투 열풍은 올해 코스피가 5,000 선을 돌파하고 코스닥도 26일 종가 기준 1,000 선을 넘어서며 개인들의 투자 심리가 자극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이 호황일 때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거나 레버리지를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투자 수요가 상당한 것이다.
● 증권사 ‘금리 우대’로 투자자 유치 경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금리 우대 혜택 이벤트를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3월 27일까지 신용거래 이자율을 연 3.9%로 낮춘 신용거래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한화투자증권도 3월 31일까지 타 증권사에서 주식대출을 옮길 경우 90일 동안 연 3.9%의 금리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투자증권은 연 3.9%의 신용융자·주식담보대출 거래 우대금리 이벤트를 올해 12월 31일까지 연장해 진행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이벤트와 마케팅이 투자자들의 무리한 빚투를 더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빚투가 늘어나면 증권사는 거래 수수료가 늘어나면서 신용거래에 따른 이자까지 투자자들로부터 받을 수 있지만, 투자에 실패하면 그에 따른 책임은 온전히 투자자가 떠안아야 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증시가 실물경제와는 다소 괴리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빚을 내서까지 투자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며 “호황에 증권사가 금리 우대까지 해준다니 좋아 보여 무작정 들어갔다가 실패하면 책임은 투자자가 져야 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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