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아름다운 패배’ 박만훈의 빛난 도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27일 05시 45분


박만훈(오른쪽)이 25일 전북 익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맥스FC04’에서 전 무예타이세계챔피언 뎃분종에게 강력한 펀치를 날리고 있다. 사진제공| 랭크5 정성욱
박만훈(오른쪽)이 25일 전북 익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맥스FC04’에서 전 무예타이세계챔피언 뎃분종에게 강력한 펀치를 날리고 있다. 사진제공| 랭크5 정성욱
‘맥스FC 04’ 강자 뎃분종에 판정패

졌지만 아름다운 패배였다. ‘파이터의 정신’을 보여준 당당한 한판이었다.

‘청룡’ 박만훈(31·청주제이킥짐)이 25일 전북 익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내 최고 입식격투기대회 ‘맥스FC 04’에서 무에타이세계챔피언 뎃분종 페어텍스(27·대구아톰짐·태국)에게 아쉽게 판정패했다.

박만훈과 뎃분종과의 대결은 경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뎃분종은 닉네임인 ‘황소개구리’처럼 상대를 한 입에 삼키는 괴물. 프로전적이 165전100승65패에 달하는 ‘역전의 용사’다. 전 룸피니 59kg급 랭킹 1위이자 무에타이 69kg급 세계챔피언벨트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뎃분종이 맥스FC대회에 입성했을 때 대회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상대를 찾는 일이었다. 국내 최고수준의 선수들에게 매치를 제안했지만 줄줄이 거절했다. 상대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었다.

힘들게 찾은 상대가 박만훈이었다. 박만훈은 프로경력 6전4승2패로, 28세에 처음 격투기에 들어선 늦깎이 파이터다. 무에타이 입문 4년차였지만 무에타이 국가대표 우승과 KMK챔피언을 차지할 만큼 초고속 성장을 한 보물. 박만훈은 뎃분종과의 매치제안에 망설이지 않았다. “파이터는 싸우는 게 임무다. 상대가 강하다고 도망간다면 진정한 파이터가 아니다. 남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에겐 세계챔피언을 이길 수 있는 기회다”라는 게 이유였다. 뎃분종과의 대결을 위해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칼’을 갈았다.

그러나 뎃분종은 역시 강자였다. 링에 오르자 사자가 초식동물을 사냥하는 것처럼 몰아붙였다. 강력한 킥과 훅을 날릴 때는 링 멀리서도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노련한 발놀림과 경기운영은 그가 왜 세계챔피언이 됐는지를 말해주었다. 그러나 박만훈은 물러서지 않았다. 클런치게임에선 밀렸지만 집요하게 달려들어 여러 차례 강력한 주먹을 상대의 안면에 꽂았다. ‘1라운드만 버텨도 성공’이라는 세간의 평가는 빗나갔다. 박만훈은 3라운드 내내 주눅 들지 않고 파고들었다. 결국 승부를 판정까지 몰고 갔다. 박만훈의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 그러나 ‘박만훈의 가치’를 보여준 명승부였다.

한편 이날 밴텀급 초대 챔피언 타이틀 4강 토너먼트에서 여성부 김효선(인천정우관)은 장현지(부산 홍진)를, 전슬기(대구 무인관)는 오경미(수원참피온)를 각각 판정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또 남성부 윤덕재(의왕삼산)는 일본의 후지와라 아라시를 판정으로 꺾었고, 김상재(진해정의)는 김동성(청주더짐)을 KO로 눕혀 두 승자가 초대 챔피언벨트를 놓고 맞붙게 됐다.

익산 l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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