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부웅 “한국 사이클 위상, 투르 드 코리아에 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1일 03시 00분


최부웅 亞사이클연맹 사무총장
국제사이클 등급 내년 4개로 세분… 한국 2그룹으로 한계단 떨어질 듯
유망주 뽑아 8년 육성 플랜 세워야

“국제사이클연맹(UCI)이 내년부터 193개 회원국의 등급을 현재의 2개에서 4개로 세분한다. 1그룹인 한국은 2그룹이 된다. 아시아 회원국 41곳 가운데 1그룹은 일본, 중국,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4개국이다. 자존심은 상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최부웅 아시아사이클연맹 사무총장(사진)은 비경기인 출신으로는 아시아 최초로 UCI 메리트 어워드를 받았다. 육군 소장(육사 19기)으로 전역한 뒤 1996년 대한사이클연맹 실무부회장을 맡으며 사이클과 인연을 맺은 그는 2005년부터 아시아연맹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전 세계에 15명뿐인 UCI 집행위원회에 아시아 대표로 참가하고 있다. 육군 중위 때 서울대에 편입해 영문학을 전공했고 석사학위도 미국에서 받은 그는 대한사이클연맹 실무부회장에 부임한 직후 수백 쪽에 달하는 UCI 정관과 규정집을 직접 번역해 한국 사이클이 국제화의 흐름에 발맞추는 데 초석을 다졌다.

최 사무총장은 1968년부터 1997년까지 30년 동안 한국 사이클의 상징이었던 ‘동아사이클대회’의 퇴장을 지켜봤다.

“육사 한 기수 위인 오명 선배님이 동아일보 사장으로 있을 때 마지막 동아사이클대회가 열렸다. 한국 사이클을 위해 대회 하나는 있어야 될 것 같아 경륜을 주관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설득했다. 공단이 흔쾌히 받아들여 1999년 제1회 공단 이사장배 국제대회가 만들어졌고 이 대회가 2007년 출범한 투르 드 코리아의 모태가 됐다.”

최 총장은 ‘사이클 강국’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가 스타 선수와 지도자, 둘째가 국제대회 개최 능력, 셋째가 사이클 정책의 발전이다.

“박태환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수영과 피겨 저변이 크게 확대됐다. 카자흐스탄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개인도로에서 우승한 뒤 사이클이 국민 스포츠로 떠올랐다. 사이클에서도 하루빨리 올림픽 메달리스트나 유명 투어 대회 입상자가 나와야 한다.”

대한사이클연맹에 있을 때 눈앞의 국제대회를 신경 쓰느라 유망주를 키우는 데 소홀했던 게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최 총장은 ‘8년 육성’을 강조했다.

“사이클이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재능 있는 선수들을 끌어오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일찌감치 어린 재목을 뽑아 지원하면 8년쯤 뒤에는 세계적인 선수로 키울 수 있다. 사이클이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충분히 가능하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투르 드 코리아는 2014년부터 1등급 대회로 개최되고 있다. 출범 초기와 비교해 양적 질적으로 크게 발전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말레이시아의 투르 드 랑카위만 해도 1등급보다 위인 HC등급이다. 정부가 유럽 관광객 유치 등을 목표로 정책적으로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투르 드 코리아가 HC등급으로 올라가면 전 세계에 18개뿐인 월드팀도 참가하게 돼 사이클 본고장인 유럽인들의 관심도 끌 수 있다. 한국 사이클의 위상은 투르 드 코리아의 발전에 달려 있는 셈이다.” 투르 드 코리아 2016은 6월 5일 부산에서 막이 올라 12일 서울까지 이어진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국제사이클연맹#uci#최부웅#투르 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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