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 선수들이 ‘신인’ 김현수의 빅리그 첫 홈런을 특별하게 축하했다. 김현수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대4로 맞선 7회 결승점이 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몸 쪽 높은 속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이었다.
김현수는 홈런을 친 후 베이스를 빠르게 돌아 홈 플레이트를 밟고 당당하게 더그아웃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동료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모두 더그아웃 앞 난간에 기대 필드 쪽을 무심히 응시했다.김현수는 머쓱한 표정으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하지만 이내 반전이 일어났다. 김현수를 외면하던 동료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달려들며 축하세례를 퍼부었다. 이는 첫 홈런을 친 선수를 놀려주는 일종의 빅리그 관례였다.
김현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동료들의 ‘무시 신고식’ 에 대해 “한국에서 (TV로) 많이 봐서 가만히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첫 홈런이 결승점이 된 것에 대해서는 “경기의 승패를 가른 홈런이어서 더 기뻤다. 의미 있는 홈런이어서 기분 좋고 팀이 이길 수 있어서 더 기분 좋다”고 밝혔다.
첫 홈런을 친 공에 대해선 “돌려받으면 좋긴 하겠지만 못 받아도 상관없다”며 “오늘 좋은 것은 오늘로 잊고, 시즌이 길기 때문에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2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이날 3타수 1안타(홈런) 1타점 1득점 1볼넷을 경기를 마쳤다. 시즌 타율은 0.386에서 0.383(47타수 18안타)로 소폭 하락했고 팀은 6-4로 승리했다.
1회 초 첫 타석에서 선발 마이크 클레빈저의 6구 92마일(약 148km) 포심 패스트볼에 삼진을 당한 김현수는 팀이 3-0으로 앞선 2회 초 2사 1루에선 볼넷으로 출루했다. 5회 초 세 번째 타석에선 바뀐 투수 댄 오테로를 상대로 4구 90마일 포심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으나 7회 네 번째 타석에서 홈런으로 부진을 만회했다. 김현수는 7회말 수비에서 조이 리카드와 교체됐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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