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집중견제’ 퍼즐 푼 이정철의 조직배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23일 05시 45분


한국여자배구대표팀 이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한국여자배구대표팀 이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리우행 티켓 거머쥔 이정철 감독

김희진 서브·양효진 블로킹 장점 살려
김해란 미친 디그·신예 이재영도 활약
“선수들 성장 기회…앞으로 더 기대 돼”


2016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세계예선을 앞두고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한국여자배구대표팀에는 확실한 에이스 김연경(28)이 버티고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얼마나 해줄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덜란드 조반니 귀데티 감독을 비롯한 상대팀 감독들은 “한국에선 김연경만 막으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한국은 첫 5경기에서 강호 네덜란드, 일본을 연파하는 등 4승1패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리우행의 9부능선을 넘었고, 21일 태국을 상대로 승점 1점을 추가하며 본선행을 확정했다. 22일 도미니카에 0-3으로 패하면서 최종전적은 4승3패(승점 13).

대회 개막 전 한국 이정철(59·사진) 감독도 “김연경에 대한 상대팀의 견제가 심할 것이다. 이재영, 김희진 등 다른 공격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선수들에게 기본과 집중을 주문하면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는 완벽하게 통했다. 김연경의 공격과 리시브, 김희진의 서브, 양효진의 블로킹은 대단한 무기였다. 리베로 김해란은 ‘미친 디그’로 상대의 진을 빼놓았다. 세터 이효희와 염혜선은 안정적인 토스로 상대 블로킹 벽을 허물었다. 이재영·이소영·강소휘 등 신예들은 조커 역할에 충실했다. 장점을 최대한 살려나가며 끈끈한 조직배구를 완성했다. ‘김연경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상대팀은 패닉에 빠졌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각종 공격지표 상위권을 점령했다. 김연경은 득점(총 135점), 양효진은 블로킹(세트당 0.85개) 2위, 김희진은 서브(세트당 0.35개) 1위에 올랐다. 김연경은 리시브(정확도 44.74%)와 서브(세트당 0.27개) 6위에 오르며 ‘올라운드 플레이어’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 감독은 2008베이징올림픽 예선(당시 2승5패)에서 탈락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 리우올림픽 예선은 명예회복의 장이었다. 그는 “옛날(2008년) 일을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명예회복의 기회가 맞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대회를 앞두고 훈련장인 진천선수촌을 찾았을 때도 이 감독은 경쟁상대의 엔트리를 일일이 살피며 전력을 분석하느라 바빴다. 선수들도 리시브, 서브 등 부족한 점을 스스로 보완하려 노력했다. 2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은 쉽게 얻은 결과가 아니었다.

이 감독은 본선행을 확정한 뒤 “김연경 한 명으로는 안 된다. 다른 선수들이 잘해야 좋은 배구를 할 수 있는데, 일부는 성장한 것 같다”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그만큼 좋은 배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지난해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배구월드컵대회부터는 정예멤버로 나오고 있는데, 그 부분은 감독으로서 행복하다.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팀의 구성이 좋다”며 흐뭇해했다.

한편 선수들은 23일 오후 귀국해 휴식을 취한 뒤 다음달 5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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