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조심하라” 배구협회 황당한 기사 항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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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스포츠부
황규인·스포츠부
의아했다.

한국배구협회는 28일 배구 공정감찰단 출범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내용은 이랬다. ‘감찰단원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비위행위 포착 시 관련 자료를 취합해 협회에 보고하며 협회는 이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의아했던 건 보도자료를 받기 전에 걸려온 배구협회 직원의 전화 때문이었다. “그렇게 기사를 쓰면 협회에 부정적인 이미지만 쌓인다. 앞으로 제발 좀 조심해 달라.” 25일자로 보도한 ‘그 돈이 사실은 협회 예산이 아니라 누구 주머니로 들어간다더라 하는 흉흉한 소문도 나돈다’는 기사에 대한 항의였다. 기사는 소문의 진위를 차치하고 이런 소문이 돌 때까지 협회가 한 일이 뭐냐를 지적한 것이었다.

그런데 협회에서 밝힌 감찰단 활동 개시일은 24일이었다. 기사가 보도됐을 때는 이미 감찰단 활동이 시작된 뒤였다. 공금 횡령도 당연히 감찰 대상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절차라면 감찰단은 소문에 대해 조사를 벌인 뒤 협회에 보고하고, 협회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 문제를 지적한 기자에게 전화해 “앞으로 조심하라”고 경고할 것이 아니라 조사한 뒤 사실이면 문제를 바로잡고, 아니면 예산을 투명하게 쓰고 있다고 알리는 게 협회가 해야 할 일이다.

솔직히 예산을 올바로 쓰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은 김치찌개로 저녁을 때워야 했다. 36년 만에 여자배구가 4강에 올랐던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현장에서 선수단에 5000달러(약 582만 원)를 주고 끝이었다. NH농협에서 지원금으로 2억 원을 받았는데도 그랬다. 기자가 동행했던 2014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때도 선수들의 간식은 비정규직 매니저 한 명이 숙소 부근 마트에서 사온 과자 몇 개가 전부였다.

정말 돈이 없어 그랬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행정을 처리할 때는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나. 5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배구 세계 예선 일정을 보면 유독 한국만 오전 10시 경기가 많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답답함을 토로했을 정도다.

물론 배구협회는 모두 규정대로 처리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규정이 잘못됐으면 고쳐야 하는 게 일의 순서다. 배구협회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황규인·스포츠부 kini@donga.com
#한국배구협회#공정감찰단#배구#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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