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가장의 이름으로…” KIA 김주형의 희망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5일 05시 45분


KIA 내야수 김주형은 지난해 12월 결혼에 이어 아내의 임신이라는 겹경사를 맞이하곤 “올해는 좋은 일들이 계속 생기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혼자가 아닌 셋이 된 그는 ‘가장’의 책임감으로 뜨거운 겨울을 보내며 주전 유격수에 가까워졌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내야수 김주형은 지난해 12월 결혼에 이어 아내의 임신이라는 겹경사를 맞이하곤 “올해는 좋은 일들이 계속 생기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혼자가 아닌 셋이 된 그는 ‘가장’의 책임감으로 뜨거운 겨울을 보내며 주전 유격수에 가까워졌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시범경기 11게임서 타율 0.444·2홈런·7타점
올해 유격수 변신…좋은 풋워크로 안정적 수비
지난해 결혼 후 아내 임신 “3배 더 열심히해야”


KIA 내야수 김주형(31)은 올해로 ‘13년차 유망주’다. 매년 겨울 코칭스태프와 구단을 설레게 만들었던 그가 올해는 ‘양치기 소년’에서 벗어날 태세다. 이제 혼자가 아닌 셋이 된, ‘가장’이라는 책임감이 그를 완전히 다른 선수로 바꿨다.

김주형의 드라마틱한 변화 “난 아직 멀었다”

김주형은 올해 유격수로 변신했다. 3루와 1루, 지난해에는 2루와 외야까지 봤지만 프로에 와서 유격수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팀 타율 꼴찌(0.251)였던 KIA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아직도 꽃봉오리를 터트리지 못한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줬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남다른 발전속도를 보였던 김주형은 어느새 ‘주전 유격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24일까지 시범경기 11게임에서 타율 0.444, 2홈런, 7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흠잡을 데 없는 유격수 수비까지 보여주면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만든 모습이다.

이제 모두가 그의 변화를 인정한다. 그러나 김주형은 “야구를 재밌게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주전이라고 생각 안한다. 난 주전이 아니라 1명의 수비수다”고 말했다. 12년을 뛰면서 겨울에 잘하다 개막 이후 고꾸라졌던 아픈 기억도 몇 번 있다. 남들보다 더욱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다.

김주형은 좋은 풋워크를 바탕으로 유격수 수비의 약점을 단시간 내에 극복해내고 있다. 이제 제법 호수비도 나온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타격이다. 박흥식 KIA 타격코치는 “과거 힘으로 휘두르기만 했다면, 지금은 공을 때릴 줄 안다. 스윙이 간결해졌고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 모두 라인드라이브성이다”고 설명했다. 박 코치는 이미 김주형의 변화가 완성단계에 왔다고 보고 있다. 정신적으로도 부쩍 성숙했다고 했다.

김주형은 “17일 삼성전에서 3안타를 쳤는데 안타가 왼쪽, 가운데, 오른쪽으로 1개씩 나왔다. ‘감이 좋긴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 코치님께선 어느 정도 됐다고 하시는데 난 아직 먼 것 같다”며 웃었다.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기 위해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 이제 혼자 아닌 셋, “아내는 나 때문에 고생만…”

김주형을 바라보는 KIA의 시선은 ‘오버페이스’는 아니란 것이다.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부터 꾸준히 좋았기 때문이다. 김주형도 “올해는 좋은 일들이 계속 생기는 것 같다”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미모의 동갑내기 호텔리어 정주희 씨와 결혼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의 임신이라는 겹경사를 맞았다. 그러나 캠프 참가로 한 달 만에 아내와 생이별했고, 2개월 가까운 전지훈련을 마치고도 아내의 회사 문제로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아내를 생각하면 ‘미안함’만 앞선다. 김주형은 “홀몸도 아닌데 요즘 주말마다 맛있는 걸 해준다고 광주에 내려온다. 나란 남자랑 결혼해 고생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를 잘해야 하는 이유가 2배, 아니 3배로 늘어난 이유다. 그의 모바일 메신저에는 ‘세 개의 심장♡’이란 문구가 떠있다. 오늘도 그는 가족을 생각하며 배트를 돌린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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