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컸죠? 귀네슈의 아이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4일 05시 45분


전 FC서울 귀네슈 감독.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전 FC서울 귀네슈 감독.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쌍용’의 연결고리 귀네슈 감독

기성용 “날 데뷔시키셨다니 안 믿겨”
이청용 “내 재능 찾아주신 분” 감사


‘절친’ 기성용(27·스완지시티)과 이청용(28·크리스털 팰리스)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리고 평생 고마움을 품고 있는 은사가 있다. 2002한·일월드컵 당시 조국 터키를 3위에 올려놓고, 2006년 12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FC서울에 부임해 가장 매력적인 팀으로 만들었던 세뇰 귀네슈(64) 감독이다.

귀네슈 감독은 ‘될성부른 떡잎’에 불과했던, 새파란 10대 후반의 둘을 당당히 주전 멤버로 분류하며 특급 스타로 급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 이청용은 2006시즌 프로 데뷔전을 치렀지만 주전으로 도약한 것은 귀네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7시즌부터다. 2006년 데뷔 시즌에 1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기성용 역시 귀네슈 감독이 팀을 이끌며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았다.

설레는 2007시즌 개막을 앞두고 귀네슈 감독은 두 친구를 한 자리에 불러놓고 짧지만 굵은 메시지를 던졌다. 어린 나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찰떡궁합을 이룬 ‘영혼의 콤비’ 루니와 호날두를 예로 든 베테랑 사령탑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너희에게 출전 기회를 주려고 한다. 그라운드에서 나이가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잘하는지, 얼마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만 중요하다. 결과는 내가 책임진다. 멋지게 놀아봐라!”

스승의 부름에 제자들은 환상의 궁합과 멋진 퍼포먼스로 한껏 보답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고, 누구보다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종종 둘이 만나면 귀네슈 감독은 빠짐없이 언급되는 단골 메뉴였다. 물론 감사함이다. 기성용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떨린다. 신기하다는 마음뿐이다. 유럽 감독님답지 않게, 아기자기한 패스가 아닌 선 굵은 플레이를 선호하는 날 지목하고 데뷔시키셨다니 놀라운 시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청용도 “형편없는 선수였던 내 재능을 찾아주시고 길을 열어준 분이다. 아마 내가 감독이라면 그렇게 어린 선수를 과감히 기용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힘들 때면 그 순간을 생각한다. 잘해서 롱런하는 것이 성공이 아닌, 이를 악물고 악착같이 버텨내는 것이 진짜 성공이라고 여긴다. 끝까지 도전했는데 혹시 연착륙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 도전만으로 의미가 크다고 보는 이들이다. 오늘도 ‘쌍용’은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런던·스완지(영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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