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타임 한번도 없이 손발 척척… 13연승 현대캐피탈 드디어 선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감독사퇴 대한항공은 6연패 수렁

경기 전 분위기와는 정반대 결과였다.

최근 12연승을 기록하고 있던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40)은 “정말 부담 되는 경기”라고 말했다. 상대 팀 대한항공이 김종민 전 감독의 자진 사퇴 이후 처음 치르는 경기라 정신무장이 남다를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최 감독은 “모처럼 닷새 동안 경기가 없었지만 선수들 사이에 감기가 돌아 훈련도 제대로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5연패의 수렁을 헤매던 대한항공은 자신감이 넘쳤다. 11일 물러난 김 전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장광균 감독대행(35)은 “자신 있다. 오늘은 정말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두들 (사퇴 소식에) 깜짝 놀랐다. 그 뒤로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결과는 엄살이고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현대캐피탈은 1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안방경기에서 95분 만에 대한항공을 3-0(25-20, 25-19, 25-19)으로 완파했다. 이날 최 감독은 작전타임을 한 번도 신청하지 않았다. 프로배구 출범 후 12시즌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날 승리로 13연승에 성공한 현대캐피탈은 승점 66점을 기록하며 OK저축은행(65점)을 밀어내고 760일 만에 처음으로 선두로 올라섰다. 두 팀은 나란히 31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맞대결 한 차례를 포함해 각자 남은 5경기 결과에 따라 최종 순위가 갈리게 된다.

현대캐피탈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고른 활약을 선보였다. 외국인 선수 오레올(30·쿠바)이 팀 내 최다인 20점을 올렸고 문성민(30)도 14점을 보탰다. 중앙 공격수 신영석(30)과 최민호(28)도 12점을 합작했다.

최 감독은 “팀에 감기가 돌고 나면 간혹 컨디션이 크게 상승하는 날이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오늘이 그런 날이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최선을 다해 쫓아 왔으니 이제 최선을 다해 이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천안=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