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리즈 MVP 이대호(33)가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구단은 마이너리그 계약과 함께 애리조나 피오리아 스프링트레이닝에 초청선수(논-로스터 인바이티)로 불렀다. 마이너리그 계약은 1년이다.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면 개런티 연봉과 성적에 따라 최대 4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구단은 마이너리그 계약이라 세부조건은 밝히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구원투수 출신 제리 디포토 단장은 4일 이대호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발표하면서 “이대호가 1루 경쟁을 통해 우타자 파워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에서 최상의 기량을 보였다. 우리는 그의 기량이 우리 팀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매우 흥분된다”고 반겼다. 디포토 단장의 말에서 좌타자인 애덤 린드와 우타자 이대호의 플래툰시스템 활용을 읽을 수 있다. 연봉 750만 달러의 린드는 검증된 타자다.
시애틀은 2013년 12월 뉴욕 양키스에서 프리에이전트로 풀린 2루수 로빈슨 카노와 10년 2억4000만 달러 장기계약을 맺어 투자여력이 없다. 제리 디포토 단장(47)은 지난해 9월28일 부임 후 트레이드와 단기계약으로 전력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이와쿠마 히사시가 FA가 된 뒤 LA 다저스가 3년 4500만 달러 계약이 신체검사 불합격으로 취소되자 곧바로 1년 연봉 1100만 달러 플러스 2년 옵션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옵션은 구단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이대호는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현재는 연봉뿐 아니라 개막전 25명 엔트리도 보장된 게 없다. 스프링트레이닝에서의 시범경기를 통해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 이승엽이 2003년 시즌을 마치고 LA 다저스와 계약이 불발된 것도 보장 없는 마이너리그 계약에 스프링트레이닝 초청조건 때문이었다. 이승엽은 당시 국민타자로 추앙받아 마이너리그 계약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메이저리그는 마이너리그 계약인 ‘스플릿 계약’을 애용한다.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면 메이저리그 계약으로 전환되고 시즌 연봉이 보장된다. 마이너리그 계약은 거의 인센티브를 사용한다. 부상으로 회복된 선수와 기량이 하향곡선을 그릴 때 이대호처럼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때 인센티브를 크게 하고 마이너리그 계약과 함께 논-로스터 인바이티로 스프링트레이닝에 부른다. 해마다 스프링트레이닝에 논-로스터 인바이티로 초청되는 선수가 4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메이저리그 40명 엔트리 선수들과 똑같은 훈련과 대접을 받는다. 이대호에게는 애리조나 피오리아의 스프링 트레이닝이 본고사나 다름없다.
이대호가 그동안에 보여준 기량 정도라면 개막전 엔트리 포함 가능성은 매우 높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도 2008년 1월20일 친정팀이었던 LA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고 개막전 후 4월2일에 팀에 합류한 적이 있다. 박찬호는 2006시즌 텍사스와 5년 계약이 만료돼 2007년부터 프리에이전트였다. 2007년 뉴욕 메츠와 인센티브 위주의 FA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한 경기에 등판하고 마이너리그로 추락했다. 이어 시즌 도중 6월에는 휴스턴과 FA 계약을 맺었지만 역시 빅리그 진출이 좌절됐다. 2008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에 사인했고 메이저리그에 재진입해 선수 생활을 3년 연장했다. 2008시즌 54경기에 등판해 4승4패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해 이듬해 필라델피아와 연봉 250만 달러 개런티 계약을 맺었다. 박찬호는 2008년 계약 때 35세였고, 이대호는 현재 33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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