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 속 FIFA 회장 선거…블래터 꼼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7일 05시 45분


국제축구연맹 회장 제프 블래터.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국제축구연맹 회장 제프 블래터.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FIFA 윤리위, 정몽준 명예부회장 조사
블래터 최측근 셰이크 살만, 출마 고려
블래터 현회장 영향력 유지할 지 주목


공식적으로 차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 줄줄이 위기를 맞고 있다. 차기 회장 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26일)이 다가오면서 다양한 변수가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까지 점친다. 세계축구계의 수장을 뽑는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극심한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회장직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 미셸 플라티니(60·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제프 블래터(79·스위스) FIFA 회장과 관련된 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돼 스위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플라티니 UEFA 회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의 칼 끝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혐의가 드러나면 출마가 쉽지 않다.

정몽준(64) FIFA 명예부회장은 FIFA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FIFA 윤리위는 정 명예부회장이 2022년 한국월드컵 유치활동을 하면서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서한을 보낸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또 최근 발언을 통해 FIFA 윤리위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향후 19년간 축구에 관련된 활동 금지를 추진 중이다. 정 명예부회장은 억울함을 소호하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후보등록까지 시간이 촉박해 출마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현 상황에선 알리 빈 알 후세인(40·요르단) 전 FIFA 부회장만이 조용히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플라티니 회장이 출마를 포기하면 알리 전 부회장을 지지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알리 전 부회장은 지난 선거에서 블래터 회장의 대항마로 나서서 어느 정도 지지기반을 갖추고 있다.

유력한 후보들이 흔들리면서 새로운 대항마의 등장이 예고됐다.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50·바레인)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3일 나왔다. 셰이크 살만 AFC 회장은 블래터 회장의 최측근이고, 플라티니 UEFA 회장과도 친분이 두텁다. 플라티니 UEFA 회장이 스위스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블래터 회장이 셰이크 살만 AFC 회장에게 출마를 권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셰이크 살만 AFC 회장은 출마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이번 선거전에 블래터 회장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FIFA 윤리위가 5년 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일을 들춰내 정 명예부회장을 조사한 뒤 징계하려는 것 자체가 블래터 회장이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력한 후보들이 아예 출마를 못하게 만들어 자신이 내세운 인물이 FIFA의 지휘봉을 잡게 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블래터 회장이 내년 2월 차기 회장 선거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티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회장 후보 등록에 성공해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설 인물이 누가 될지조차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판세는 헝클어졌다. 비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된 FIFA를 바로세울 제대로 된 수장이 탄생할지, 블래터 회장이 노림수대로 측근에게 자리를 넘기며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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