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전 경기 출장’ 김태군, “잡초처럼 버티니까 되더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1일 05시 45분


NC 김태군은 KBO리그 역대 3번째로 포수 전 경기 출장에 도전하고 있다. 144경기 체제에서 무모한 도전이라는 얘기들도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있다. 스포츠동아DB
NC 김태군은 KBO리그 역대 3번째로 포수 전 경기 출장에 도전하고 있다. 144경기 체제에서 무모한 도전이라는 얘기들도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앞으로 4경기…“혼자서는 할 수 없는 기록”

NC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훈련 도중 포수 김태군(26)을 불렀다. 그리고 과제 하나를 줬다. “내년에 한 번 전 경기에 나가봐라.” 김태군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감독님!”

포수는 체력 부담이 가장 큰 포지션이다. 심지어 KBO리그 사상 가장 긴 레이스(팀당 144경기)를 치르며 단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출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역대로 살펴보더라도 포수로만 전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1996년 박경완(쌍방울)과 2006년 강민호(롯데)밖에 없었다. 당시 그들이 소화한 경기수는 126경기였다.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는 점을 김 감독은 잘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포수 출신이라 안다. 무거운 장비를 차고 더운 데서 몇 시간씩 앉아있으면 하루에도 체중이 1∼2kg씩 빠진다. 전 경기를 나간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태군에게 과제를 부여한 이유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면 야구를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태군은 감독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 경기 마스크를 썼다. 연속경기 선발출장은 7월29일 89경기에서 중단됐지만, 전 경기 출장은 이어가고 있다. 힘들 때도 많았다. 살인적인 폭염을 견뎌야 했고,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으면 부작용에 시달리는 특이체질인 까닭에 아파도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6월 타구에 발목을 맞은 뒤로는 한 달 넘게 통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목표 달성까지 4경기. 김태군은 “힘들었지만 버티니까 되더라. 원래 내 인생이 잡초다”며 호탕하게 웃고는 “나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기록이었다. 감독님께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많이 주셨다. (이)종욱이 형, (손)시헌이 형은 내가 훈련을 하고 있으면 ‘힘드니까 들어가서 쉬라’며 배려해줬다. 이뿐 아니다. 종욱이 형은 ‘그라운드 위에선 네가 주장이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힘을 실어줬고, (내야를 조율하는) 시헌이 형은 사인을 보내면 다 받아줬다. 이런 감독님과 선배들의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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