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여왕 꿈꾸는데 납조끼쯤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배드민턴 단식 희망 성지현… 네트 가려놓는 이색 훈련도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성지현이 10kg 납 조끼를 입고 검은 천으로 가려진 네트 너머에서 오는 셔틀콕을 받아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성지현이 10kg 납 조끼를 입고 검은 천으로 가려진 네트 너머에서 오는 셔틀콕을 받아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애 하나 업고 뛰는 것 같아요.”

벌겋게 변한 얼굴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26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납 조끼를 입고 훈련하고 있던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성지현(24·MG새마을금고)이었다. 그의 납 조끼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무게가 10kg에 이르러 한 손으로 들기에는 벅찰 정도였다. 이번 주 성지현은 배드민턴 대표팀 선수들과 2주간의 특별 합숙훈련에 들어갔다.

세계 단식 랭킹 8위인 성지현은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끝난 세계개인선수권에서 처음으로 동메달을 땄다. 지난달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2연패를 이룬 그는 메이저 대회에서 메달을 따내지 못했던 징크스를 깼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세계 1위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을 상대로 한 준결승 마지막 3세트에서 13-8로 앞서다 내리 10점을 내주며 역전패했기 때문이다. 성지현은 “큰 대회에서 늘 걱정이 앞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던 약점을 극복하긴 했는데 뒷심 부족이 너무 아쉬웠다. 좋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요즘 매일 오전 5시 45분에 일어나 1시간 20분 동안의 달리기로 일과를 시작하는 성지현은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과 함께 매일 셔틀콕을 1000개 가까이 때리고 있다. 네트를 대형 검은 천으로 가리고 하는 이색 수비훈련도 하고 있다. 셔틀콕이 날아오는 방향을 미리 알 수 없게 만들어 순간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대표팀 박태상 코치는 “지현이가 중요한 포인트에서 흐름을 잃는 것은 체력 부담에도 원인이 있다. 그 부분을 잘 보완해야 수비와 스피드도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지현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방수현 이후 20년 만의 여자단식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최근 세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는 절대강자였던 중국 선수들이 스페인, 인도, 태국, 일본 선수들과 서로 물고 물리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 성지현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성지현은 “올림픽까지 남은 1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리우#납조끼#배드민턴#성지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