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의 날…제이슨 데이, PGA챔피언십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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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언더 메이저 신기록으로 첫 감격
필리핀 태풍으로 친척 8명 잃고 돌발 어지럼증 희귀병도 이겨내
맹추격 스피스, 세계 1위로 만족

마지막 홀에서 챔피언 퍼팅을 끝내기도 전에 그는 이미 흐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잡힐 듯 눈앞을 어른거리면서도 번번이 놓쳤던 메이저 타이틀이었다. 기어이 타이틀을 거머쥔 감격에 고단했던 지난 세월의 기억이 겹치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제97회 PGA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제이슨 데이(28·호주)였다.

세계 랭킹 5위 데이는 17일 미국 위스콘신 주 콜러의 휘슬링스트레이츠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로 우승해 생애 첫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다. 사상 3번째로 단일 시즌 메이저 3승을 노렸던 조던 스피스(22·미국)를 3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은 180만 달러(약 21억 원). 데이가 기록한 20언더파는 역대 메이저 대회 최다 언더파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타이거 우즈(미국)가 2000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세운 19언더파.

데이는 이번 대회 전까지 메이저 무대에서 톱10에 9차례나 들었지만 정상과는 인연이 멀었다. 올해만 해도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에서 최종 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시작했으나 우승을 향한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날은 달랐다. 스피스와의 맞대결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30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 티샷을 앞세운 공격적인 플레이와 안전하게 그린 중앙을 노린 영리한 코스 공략이 조화를 이뤘다. 7번홀(파3)에서 15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킬 만큼 날카로운 감각을 유지했다. 데이가 17번홀(파3)에서 18m의 장거리 버디 퍼팅을 컵 50cm에 바짝 붙이자 스피스는 데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데이의 아버지는 아일랜드계 호주인이며 어머니는 필리핀 이민자였다. 3세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골프를 시작한 그는 어려운 형편에 다른 사람이 버린 골프채를 주워 썼고, 구세군 센터에서 구입한 옷을 입었다. 12세 때 아버지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삶은 더욱 곤궁해졌다. 데이는 방황에 빠져 학업을 멀리했다. 데이의 어머니는 살던 집까지 팔아가며 아들을 유명 국제학교에 보냈다. 어머니의 뒷바라지 속에 마음을 다잡은 데이는 학창 시절 3년 동안 매일 오전 5시 30분부터 훈련에 매달렸다. 이번에 우승을 합작한 캐디 콜린 스와턴은 데이가 12세 때부터 인연을 맺은 코치이자 멘토였다.

데이는 2013년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하면서 외할머니, 외삼촌 등 친척 8명을 한꺼번에 잃었다. 2010년부터 갑자기 어지럼증이 일어나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그는 올해 US오픈 2라운드 도중 현기증으로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거듭된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데이는 결국 자신만의 ‘데이(날)’를 만들었다.

데이는 2009년 미국 오하이오 주의 한 주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엘리와 결혼한 뒤 2012년 아들을 낳았다. 2012년 자선재단을 설립한 그는 결식아동 돕기에 소매를 걷어붙였고, 필리핀 태풍 피해 구호 활동에도 거액을 쾌척했다.

한편 스피스는 55주 동안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지키던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처음 차지했다. 데이는 3위로 올라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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