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터지는 대포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6일 03시 00분


넥센 박병호 vs NC 테임즈… 홈런왕 승자는?

‘4년 연속 홈런왕’인가, ‘10년 만의 외국인 선수 홈런왕’인가.

박병호(넥센)와 테임즈(NC)의 홈런 경쟁이 뜨겁다. 15일 현재 29개의 홈런을 터뜨린 박병호는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4연속 홈런왕을 노리고 있다. 1개 차로 추격 중인 테임즈는 2005년 래리 서튼(당시 현대) 이후 10년 만의 외국인 선수 홈런왕을 꿈꾸고 있다.

박병호와 테임즈의 홈런 대결은 토종 선수와 외국인 선수가 치열한 대결을 벌였던 1998년 삼성 이승엽과 타이론 우즈(당시 OB)의 대결을 연상시킨다. 달라진 것은 타석의 위치다. 우즈는 우타자, 이승엽은 좌타자였고, 이번엔 박병호가 우타자, 테임즈가 좌타자다. 1998년의 승자는 우즈였다. 37호 홈런까지는 이승엽이 앞섰지만 9월 들어 공동선두로 올라선 우즈는 결국 42홈런을 기록하며 38개에 그친 이승엽을 제치고 첫 외국인 선수 홈런왕이 됐다.

테임즈가 우즈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병호와 테임즈의 ‘홈런 흐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테임즈의 홈런 기세가 주춤해졌다. 4월과 5월 9개씩의 홈런을 쳤던 테임즈는 6월에는 홈런 4개만 추가했다. 하루에 2개 이상의 홈런을 치는 ‘멀티 홈런’도 두 달 가까이 끊겼다. 반면 박병호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4월 6개의 홈런을 터뜨렸던 박병호는 5월과 6월에 9개씩의 홈런을 기록했다. 9일 목동에서 KIA를 상대로 홈런 2개를 기록하는 등 최근까지 매달 한 번씩은 멀티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 송진우 KBSN 해설위원은 “초반에 테임즈에게 뒤지다 역전에 성공한 박병호가 상대적으로 후반기에 여유를 갖고 타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홈런 비거리를 비교해도 박병호의 ‘안정감’이 두드러진다. 테임즈의 홈런 평균 비거리는 6월까지 120m를 넘겼지만 7월에는 116m로 줄었다. 송진우 해설위원은 “비거리가 준다는 것은 몸 회전이나 배트 스피드 중 하나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힘이 줄었다고 봐야 한다”며 “홈런을 치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힘을 모아 치는 임팩트가 중요한데, 좋은 신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박병호는 4월부터 7월까지 꾸준히 122m 이상을 날리고 있다. 15일 삼성전에서 친 홈런 역시 비거리가 125m였다.

홈런 방향도 차이를 보인다. 테임즈의 홈런 28개 중 17개는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테임즈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일관되게 끌어당겨 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테임즈는 상대적으로 몸쪽 높은 공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테임즈와 달리 박병호는 때에 따라 밀어 치고 당겨 친다. 이번 시즌 친 29개 홈런에서 왼쪽 담장과 중앙 담장을 넘긴 게 각각 12번과 11번으로 비교적 고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박병호는 몸 가까이 붙는 공도 엄청난 힘과 스피드로 쳐낸다. 낮은 볼도 잘 치고 비거리도 길다”며 박병호가 다양한 구질에 고루 강하다고 평했다.

테임즈가 홈런을 의식하고 풀 스윙을 자주 하는 반면 박병호는 홈런에만 집착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다양한 타격을 하는 것도 박병호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요인이다. 장기 레이스에서 타격감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안방 경기가 더 많이 남았다는 점도 박병호에게 유리하다. 박병호와 테임즈 모두 안방에서 더 많은 멀티 홈런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올해 기록한 멀티 홈런 4번 중 3번을, 테임즈는 2번 모두를 안방에서 쳤다. 박병호에게 남은 안방 경기는 29경기, 테임즈는 26경기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번 시즌 경기 수가 144경기로 늘었기 때문에 체력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20경기 정도 남았을 때 홈런왕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박병호#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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