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우승 행진… 10번째는 새내기 이민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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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LPGA 데뷔 19세 호주 교포… 악천후로 이틀간 치른 킹스밀 4R
유소연 2타차 제치고 깜짝 첫 승

한국(계) 우승 행진에 호주 교포 새내기 이민지(19)가 가세했다. 지난해 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수석으로 합격한 이민지는 27일 생일을 앞두고 평생 잊지 못할 첫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18일 미국 버지니아 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리조트 리버코스(파71)에서 끝난 킹스밀 챔피언십. 이민지는 악천후로 이틀에 걸쳐 치러진 4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최종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유소연을 2타 차로 제쳤다. 4라운드가 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2시간 10분 동안 중단되면서 일몰로 경기를 다 마치지 못한 이민지는 다음 날 속개된 잔여 경기 16번홀(파4)에서 3퍼트로 보기를 했지만 나머지 두 홀을 파로 마무리하며 승리를 지켰다. 이민지는 전화 인터뷰에서 “긴장해서 막판 보기가 나왔지만 오히려 그 후에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세영, 김효주 등 한국 선수들이 잘하고 있어 동기 부여가 된다.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4차례 예선에서 탈락하며 지난주까지 상금으로 11만4651달러를 벌었던 이민지는 이번 우승으로 19만5000달러를 단번에 받았다. 이민지와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수석으로 통과한 재미교포 앨리슨 리는 3타 차 3위로 마쳤다.

한번 몰아 치기를 시작하면 좀처럼 멈출 줄 몰라 ‘버디 트레인(열차)’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민지는 4라운드 11, 12, 14번홀 버디에 이어 15번홀(파5)에서는 184야드를 남기고 5번 아이언으로 투 온에 성공한 뒤 이글을 낚았다. 이번 대회에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72야드의 장타를 날리면서도 마지막 날에는 퍼트 수 27개로 정교함까지 겸비했다.

호주 퍼스에서 태어난 이민지는 골프 가족으로도 유명하다. 어머니 이성민 씨(47)는 한국에서 프로골퍼 지망생이었으며 아버지 이수남 씨(47)는 클럽 챔피언십 출신이다. 남동생 이민우도 주니어 골퍼. 가족의 핸디캡을 합치면 6언더파라고 한다.

2년 동안 수영을 하다 10세 때 어머니에게 골프를 배운 이민지는 14세 때 호주 국가대표로 선발된 뒤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며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와 자주 비교됐다. 호주의 골프 스타 캐리 웹은 이민지를 자신의 후계자로 주목하기도 했다. 늘 환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인 이민지는 하나금융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한국 업체의 주선을 통해 데상트(의류), 던롭스릭슨(용품)과 계약하는 등 일찌감치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김치찌개와 보쌈을 좋아한다는 이민지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한국 드라마 시청이다.

이민지의 우승으로 한국(계) 선수는 최근 4연승이자 올 시즌 12개 대회에서 10승을 합작하는 초강세를 유지했다. 김세영(2승)과 김효주(1승)에 이어 이민지가 위너스 클럽에 가입하면서 신인들의 자존심 경쟁도 더욱 뜨거워졌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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