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은 물러날 때를 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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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용 삼성화재 감독 일선 퇴진… 배구단장 겸 스포츠 운영 임원 맡아
국내 프로스포츠 최장수 사령탑… V리그 8차례 우승 삼성신화 일궈
신임 감독에는 임도헌 수석코치

“언젠가는 질 텐데 기왕이면 나와 오랫동안 같이한 사람에게 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챔프전은 마음 편하게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치용 프로배구 삼성화재 감독(60·사진)은 3월 OK저축은행과의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신 감독은 어쩌면 그즈음부터 올해 챔피언결정전이 감독으로서는 마지막 승부가 되리라는 걸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신 감독의 삼성화재는 ‘제자’ 김세진 감독이 이끈 OK저축은행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장수 사령탑이던 신 감독이 일선에서 물러난다. 제일기획과 삼성화재는 18일 “제일기획은 6월 1일 삼성화재 배구단을 인수한다. 신 감독은 구단 공식 이관일인 이날부터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산하에서 삼성화재 배구단 단장 겸 스포츠구단 운영담당 임원(부사장)으로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1995년 창단된 때부터 20년간 삼성화재의 지휘봉을 잡았던 신 감독은 감독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신 감독은 “20년간 삼성화재라는 좋은 팀을 이끈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다. 지금이 물러날 때라 생각했다. 적절한 시점에 또 다른 기회를 주신 그룹에 감사드린다. 그동안 함께해 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한결같이 응원해 준 팬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배구는 신 감독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힘들다. 신 감독의 삼성화재는 아마추어 시절 겨울리그 77연승을 달리며 슈퍼리그 8연패를 달성했다. 2005년 프로 출범 후에도 무려 8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 김세진 감독 등 한국 배구의 주요 구단 사령탑들이 모두 그의 제자들이다.

신 감독은 “지도자로 처음 출전한 1997년 슈퍼리그 우승과 2005년 프로 원년 우승, 꼴찌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던 2010∼2011시즌 등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올해 준우승이 가장 아쉬웠다”고 지난 20년을 술회했다.

그는 또 “앞으로는 삼성그룹의 스포츠단뿐 아니라 한국의 프로스포츠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며 “경기력뿐 아니라 자생할 수 있는 프로스포츠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임도헌 신임 감독
임도헌 신임 감독
한편 신 감독의 후임으로는 국가대표팀의 거포 계보를 이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 임도헌 수석코치(43)가 임명됐다. 선수 시절 ‘임꺽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임 감독은 1993년부터 2003년까지 현대자동차서비스(현 현대캐피탈)에서 레프트 공격수로 활약했다. 1995년 슈퍼리그에서는 강성형 LIG손해보험 감독과 함께 팀 우승을 이끌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6년부터 삼성화재 코치로 활동하면서 10년 가까이 신 감독을 보좌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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