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 “강정호 홈런은 멘탈의 힘”

  • 스포츠동아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염경엽 감독이 본 강정호 홈런 비결

기술 갖춘 선수, 심리적 여유 생겨 선전
시즌 초엔 ‘조급하다’며 힘들어 했는데
최근 네손으로 끝내라고 했더니 일냈어
멘탈 강해 앞으로도 감각 잘 유지할 것

“기술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편해진 것이 비결일 것이다.”

넥센 염경엽(47) 감독은 피츠버그 강정호(28)가 최근 연일 안타와 홈런을 생산하고 있는 데 대해 기술의 진화보다는 메이저리그에 대한 적응과 멘탈의 안정에서 비결을 찾았다.

강정호는 11일(한국시간) 홈구장 PNC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전 1회말 선제 좌월솔로홈런을 터뜨렸다. 그리고 3-3 동점인 7회말 1사 2루선 결승 좌전적시타를 뽑아냈다. 무엇보다 홈런을 때려낼 때 0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왼 무릎을 높이 들어올린 뒤 스트라이드를 하는 ‘레그 킥(leg kick)’을 하지 않았다. 양 발을 타석에 고정한 뒤 힙턴과 허리회전을 통해 홈런을 날렸다. 레그킥이 트레이드마크인 강정호가 타격폼에 수정을 가한 것일까.

그러나 염 감독은 이에 대해 “2스트라이크 이후엔 한국에서도 레그킥을 하지 않고 칠 때가 많았다. 물론 국내에선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레그킥을 하면서 타격하기도 했지만, 감이 좋지 않거나 삼진을 먹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땐 정확도에 중점을 두고 레그킥을 하지 않고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레그킥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볼카운트 상황에 맞게 타격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강정호는 이날 홈런에 앞서 스트라이크 2개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다리를 높이 들어올린 뒤 공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7회말에는 볼카운트 0B-1S서 2구째에 레그킥으로 적시타를 때려냈다.

개막 후 한때 타율이 1할에도 미치지 못한 적도 있지만, 안타가 폭죽처럼 터지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 14타수 7안타의 맹타다. 그러면서 시즌 타율도 0.333(48타수 16안타)으로 치솟았다. 염 감독은 이에 대해 “강정호는 이미 기술은 갖고 있던 선수다. 기술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안정되면서 기량이 나오고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염 감독은 강정호가 미국에 진출한 뒤 꾸준히 모바일 메신저로 안부를 주고받고 있다. 강정호는 시즌 초반 부진을 겪으면서 염 감독에게 “마음이 좀 조급합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4월말부터 안타가 나오면서 여유를 찾고 있다. 최근에는 “첫 멀티히트를 친 날(4월 22일 시카고 컵스전)도 팀이 지고, 첫 홈런을 친 날(5월 4일 세인트루이스전)도 졌어요. 죽겠습니다”라며 ‘앓는 소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여유를 찾은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염 감독은 “강정호는 원래 멘탈이 강한 선수인데 처음엔 힘들었던 것 같다. 나한테 그런 소리까지 하는 걸 보면”이라며 웃더니 “그럼 네 손으로 끝내라고 했다. 한국의 클러치히터 능력을 보여주라고 했더니, 오늘 홈런에다 결승타까지 친 모양이다. 이제 어느 정도 메이저리그 분위기에 적응하면서 멘탈 측면에서 편해진 것 같다. 그러면서 타격에서도 여유가 생긴 듯하다. 앞으로 감각을 잘 유지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제자의 건투를 빌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