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마무리 봉중근 교체? 팬들의 찬반 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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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30.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에서 갓 올라온 투수의 평균자책점이 아니다. LG 마무리 투수 봉중근(35)의 16일 현재 평균자책점이다. 피안타율은 0.650이나 된다. 블론세이브는 하나뿐이지만 벌써 2패나 안았다. 대다수 LG 팬이 ‘마무리 교체론’을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모든 LG 팬이 동조하는 건 아니다. 봉중근이 지난 시즌까지 보여준 ‘클래스’를 생각하면 최근 부진은 일시적이라고 생각하는 팬들도 있다. 양쪽 의견을 공개편지 형식으로 싣는다. 》

“불안해서 안돼”

이동현 마무리 능력 충분…봉은 2군서 심신 추슬러야

양상문 감독님께.

사실 저는 감독님께서 이미 마무리 투수를 교체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봉중근 스스로 ‘이 상태로는 안 된다’고 느끼게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15일 경기에서 3점 차로 뒤진 9회에 봉중근을 마운드에 올리는 걸 보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감독님,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습니다. 봉중근이 LG의 ‘암흑기 에이스’였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2군에 내려가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동현(32)이 다른 팀 마무리 투수보다 못한 게 무엇입니까.

이동현이 7, 8회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루카스(30)를 내보내고 마무리 투수로 쓸 외국인 선수를 데려와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루카스와 한나한(35)을 동시에 내보내고 외국인 타자 2명으로 전력을 꾸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렇게 공격력을 강화하면 마무리 투수를 쓸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감독님 결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LG 팬들 뒷목 잡는 일 좀 제발 줄여주세요.

―황순기(44·서울 서초구 양재동)

“제모습 찾을 것”

마운드 자신감 중요하니 끝까지 믿어주면 꼭 부활

중근이 형.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그의 기쁨은 ‘우리 일’이 되고 그의 슬픔은 ‘내 일’이 되는 거라고 하더군요. 요즘 마운드에 서 있는 형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형이 예전처럼 못 던지기 때문이 아닙니다. 형이 약해지는 게 싫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TV 인터뷰에서 “힘든 시간인데 저를 버리지 않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죠. 누가 형을 버린단 말입니까. LG를 응원하는 모든 팬들은 절대 형을 버리지 않습니다.

형은 형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LG 팀 역시 선수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그리고 LG를 응원하는 팬들도 형과 선수들의 생각보다 훨씬 강합니다.

그저 마운드 위에서 자신 있게 ‘봉타나(봉중근+요한 산타나)’의 모습으로 던져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게 형의 진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형의 이름이 봉중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야생마’ 이상훈(44)은 말했습니다. “18.44m를 던질 수 없는 그날까지 야구를 하고 싶다”고. 저 역시 형이 18.44m를 던질 수 없는 그날까지 믿고 응원할 겁니다. 다음 경기부터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주실 거죠?

―김한준(34·서울 서초구 서초동)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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