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아빠’ 기성용, 강팀킬러로 진화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23일 06시 40분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맨유전서 5호골 쏜 후 ‘젖병 세리머니’

올시즌 맨유 상대 2경기 연속골·연승 선봉
리그 5호…EPL 코리안 역대 최다골 타이
선배 박지성 뒤이을 강팀 킬러로 급부상
몽크 감독 ‘다이아몬드 MF’ 전술의 핵심

한국축구의 ‘마에스트로’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또 한번 번뜩였다.

기성용은 22일(한국시간) 영국 스완지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2014∼20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0-1로 뒤진 전반 30분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팀의 2-1 역전승을 진두지휘했다. 전반 28분 맨유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기성용은 상대 진영의 작은 균열을 놓치지 않았다. 조 셸비가 왼쪽 측면에서 띄운 볼이 원 바운드되자 골에어리어에서 왼발을 살짝 갖다대 골망을 갈랐다. 기성용의 시즌 5호 골로 탄력을 받은 스완지는 결국 역전에 성공해 3경기 만에 값진 승점 3을 챙겼다. 10승7무9패(승점 37)로 9위.

이날 화제는 또 있었다. 기성용은 득점 후 오른손 엄지를 입에 무는 ‘젖병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그는 “(세리머니에) 큰 의미가 없다”고 언급했지만, 연기자인 아내 한혜진(34) 측에서 ‘임신 초기단계’임을 전해 ‘예비 아빠’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 ‘강팀 킬러’의 새 역사를 향해!

모두가 껄끄러워하는 맨유지만, 기성용에게는 반가운 상대다. 지난해 8월 17일이었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리그 개막전에서 원정팀 스완지는 맨유를 2-1로 꺾었다. 당시 기성용은 개막 축포를 터뜨리며 상쾌한 출발을 알렸다. 이번에는 무대가 안방으로 옮겨졌다.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기성용은 이를 100% 충족시켰다. 8일 선덜랜드전(1-1)에 이어 홈 2경기 연속골로 맨유를 울렸다.

기성용의 활약은 눈부셨다. “큰 경기에 강한 선수다. 버거운 일정에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할 맨유 킬러를 주목하라”는 스카이스포츠 중계진의 코멘트대로 기성용은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유효 슛 2회, 패스 성공률 73.5%(축구통계전문 후스코어드 기록)로 2만여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맨유 킬러’이자 ‘강팀 킬러’로서 손색없었다.

과거 ‘강팀 킬러’로는 2000년대를 주름잡은 박지성(34·은퇴)이 있었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과 함께 당대 최강으로 군림한 맨유에서 뛰며 리버풀, 아스널, 첼시 등 난적들을 상대로 꾸준히 골을 작렬하며 가치를 입증했다. 이제는 기성용이 그 명성을 잇고 있다. 동일 시즌 맨유를 거푸 꺾는 팀은 많지 않다. 2경기 내리 득점하는 선수도 흔치 않다. 기성용은 선덜랜드 임대 신분이던 2013년 12월 첼시와의 리그컵 홈경기(2-1 승), 지난해 3월 리버풀 원정경기(1-2 패)에서도 골맛을 봤다.

내친 김에 새 기록에도 도전한다. 박지성이 2006∼2007시즌, 2010∼2011시즌 올린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다득점 기록(각 5골)이다. 한 골만 더 추가하면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 올 시즌 종료까지 12경기가 남아있다.

● 전진은 계속된다!

맨유전에 맞춰 발간된 매치데이 매거진 인터뷰에서 기성용은 “쉴 틈 없는, 미친(Crazy) 스케줄이지만 난 더 강해지려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변함없는 전진을 약속했다. 이미 기성용은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자신의 위치(수비형 미드필더)만 고수하지 않고, 경기 상황과 전술적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변신하며 현대축구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과 측면, 최후방과 전방을 깊숙이 오간다. 맨유전에서도 공격 2선, 측면 날개까지 이동했다.

이날 스완지시티 게리 몽크 감독은 다양한 포메이션을 구사했는데 맨유와 비슷한 다이아몬드꼴 미드필드진을 구축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기성용은 “처음 시도된 포메이션에서 수비도 안정적이었고, 전술도 잘 맞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용도 옵션’ 기성용의 진화가 거듭되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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