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폭력 축구’에 빛난 강상우-심상민의 침착한 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3일 17시 33분


사진제공=강상우(좌), 심상민(우)/동아일보db
사진제공=강상우(좌), 심상민(우)/동아일보db
축구 경기에서 주먹질과 발차기가 난무했다. 흡사 격투기를 연상케 하는 ‘폭력 축구’에 스포츠 정신도 쓰러져 버렸다.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 한국의 U-22(22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맞붙은 ‘2015 태국 킹스컵’ 경기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즈벡 대표팀은 1일(이하 한국시각)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린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 이같은 ‘폭력 축구’를 선보여 공분을 샀다.

박은지 대한축구협회(KFA) 대표팀 매니저는 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당시 심각했던 상황을 전하면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차분한 대처를 칭찬했다.

경기를 지켜본 박 매니저는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나왔기 때문에 벤치에서 경기를 보던 저희 코칭스태프도 많이 놀랐다. 선수들도 많이 놀라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곤해하고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즈벡의 ‘폭력 축구’는 경기 중 무려 세 차례나 이어졌다. 전반전 중반에 우즈벡의 야롤리딘 마샤리포프 선수가 공중 볼을 경합하는 과정에서 강상우 선수의 얼굴을 발로 찼다. 심판은 해당 선수에게 경고 조치를 취했다.

뒤이어 후반 32분경에도 마샤리포프 선수가 흡사 ‘쿵푸’를 연상케 하는 발길질로 강상우 선수의 가슴을 가격해 결국 퇴장 당했다. 박 매니저는 “선수들도 많이 놀랐고 팀 코칭스태프도 강하게 어필했다”라며 “그 선수가 퇴장 당하는 걸로 결정돼 저희는 너무 흥분하지 않고 잘 마무리했다”고 차분하게 대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즈벡의 ‘폭력 축구’는 시간이 갈수록 과격해졌다. 후반 42분경 우즈벡의 샴시디노프 선수가 공을 경합하던 심상민 선수의 얼굴을 주먹과 손바닥으로 연이어 세 차례 때려 레드카드를 받은 것.

박 매니저는 “앞의 두 가지 경우는 점프를 뛰다가 너무 격해지면 이런 행동을 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마지막 상황은 정말 고의로 펀치를 한 것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팀에서도 (킹스컵)조직위원회 측에 문서로 항의했다”고 분개했다.

당시 폭행을 당한 강상우와 심상민 선수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박 매니저는 “자기(심상민)도 좀 황당했다고 하더라. 그래도 심상민 선수가 성격도 온순하고 인성도 좋아서 금방 잊었다”라며 “선수 자체가 인성도 바르고 참을성도 있고 팀을 위해 배려하는 자세가 있어서 신중하게 대처를 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강상우 선수도 부상을 당하지 않았을까 우려를 많이 했는데 다행히 괜찮았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같이 마음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우즈벡의 ‘폭력 축구’에도 동요 없이 경기를 승리로 이끈 한국 대표팀은 4일 같은 장소에서 온두라스 U-20(20세 이하) 대표팀과 2차전 경기를 치른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우즈베키스탄축구협회(UFF)로부터 공식사과 공문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우즈베키스탄축구협회는 킹스컵에서 발생한 ‘폭력 축구’ 사태와 관련해 사과한 뒤 해당 선수들을 엄중 징계하겠다고 전했다.

백주희 동아닷컴 기자 ju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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