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이 경악한 ‘1대7’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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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독일에 월드컵 최악의 대패… 성난 시민들 방화-약탈 등 소요사태

경기 시작 4시간 전. 브라질과 독일의 4강전이 열린 9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 주변. 이미 모인 수천 명의 브라질 응원단은 독일 응원단을 향해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3-0으로 이긴다는 뜻이었다. 브라질이 1-7로 패하며 월드컵 사상 가장 충격적인 결말을 낳을 줄은 꿈에도 모른다는 듯.

전반 11분 독일의 토마스 뮐러가 코너킥을 이어 받아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23분부터 6분간 독일이 4골을 더 퍼부으며 브라질 응원단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골을 신호탄으로 토니 크로스(2골), 사미 케디라의 골이 이어지며 전광판에는 ‘5-0’이라는 믿기 힘든 점수가 찍혔다. 울음을 터뜨리는 브라질 관중도 보였다. 일부는 쓰레기통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리다 연행되기도 했다.

브라질은 후반 독일의 안드레 쉬를레에게 또다시 두 골(후반 24분, 34분)을 허용했다. 후반 45분 간신히 브라질 오스카의 골이 터졌다. 결국 1-7로 경기가 끝나자 브라질 응원단은 자국 선수들에게는 야유를, 독일 선수들에게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브라질은 주축 선수인 네이마르가 허리 부상으로 빠진 점과 특히 수비의 핵이자 주장인 치아구 시우바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것이 뼈아팠다. 수비라인이 무너지자 당황한 브라질은 정신적인 구심점 없이 급격히 무너졌다.  

▼ ‘불난 집’ 브라질 ▼

“네이마르 부상입힌 수니가 보복”… 범죄조직 PCC 살해 위협 성명
韓외교부 “교민들 외출 자제” 당부


브라질에 큰 상처를 남겼던 1950년 ‘마라카낭의 비극’에 이어 이번 경기 장소를 빗댄 ‘미네이랑의 비극’이 탄생했다. 브라질은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1950년 월드컵 결승에서 우루과이에 1-2로 패해 브라질 축구 사상 가장 큰 아픔을 남겼다. 이번 패배는 그에 못지않은 충격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끝나자 곳곳에서는 브라질 국기를 찢거나 태우는 팬들이 속출했다.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이자 영국 BBC 방송의 축구 해설위원인 게리 리네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축구를 봐온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놀랍고도 충격적이며 어리둥절한 경기”라고 평했다. 브라질의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은 “내 축구 인생 최악의 날이다. 첫 골을 허용한 이후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런 경기를 한 걸 용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열리는 이번 월드컵에 반대하는 시위가 브라질 곳곳에서 일어났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패배는 경기 외적으로도 브라질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불똥이 묘한 데로도 튀고 있다. 8강전서 브라질의 슈퍼스타 네이마르에게 부상을 입힌 콜롬비아 수비수 후안 카밀로 수니가가 표적이 되고 있다. 브라질 최대 범죄조직 PCC가 수니가에게 보복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PCC는 6일 성명을 통해 “수니가의 행동은 용서되지 않는 만행이며, 보복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소식을 접한 수니가는 콜롬비아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PCC는 1993년 교도소에 수감된 8명의 죄수가 축구를 하다 결성한 조직이다. 수니가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약 신이 나와 함께한다면 누가 나와 맞서겠는가’라는 성경 글귀를 링크해 놓았다. 네이마르에게 보내는 사과 편지도 공개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나폴리에서 뛰고 있는 수니가에 대해 이탈리아 외교부에도 신변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상파울루에서는 브라질의 4강전 패배 이후 버스 방화와 공격이 5차례 이상 발생했으며 대형 유통매장 약탈 사건도 발생했다. 또 코파카바나 해변에서는 강도와 폭력 사건이 보고됐고 헤시피 지역에서도 소요 사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현지 체류 한국인들에게 가급적 실내에 머물면서 격앙된 군중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벨루오리존치=김동욱 creatinga@donga.com

유재영 기자
#브라질 월드컵#독일#7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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