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Brasil 2014]풀죽은 대표팀에 날아든 ‘엿’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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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성적 홍명보호 씁쓸한 귀국

고개숙인 洪감독, 팬들에 사과 “선수들 최선… 부족한 건 감독
거취는 잘 생각해서 판단할 것”… 손흥민 “변명 여지 없이 책임감”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왼쪽 사진)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고개를 숙인 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한 인터넷 카페 회원이 호박엿 사탕을 집어던지자 홍 감독과 함께 입국한 선수단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홍명보(45).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인 그는 한때 방송사의 정규방송 종료를 알리는 ‘애국가 타임’에 등장하기도 했던 한국 축구의 레전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의 경기 승부차기 때 마지막 키커로 나선 그가 골망을 흔든 뒤 두 팔을 벌리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애국가 방송 때 나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축구를 소개하면서 ‘스타’로 소개한 3명의 인물에는 차범근, 박지성과 함께 홍 감독이 포함됐다.

그런 홍 감독이 ‘반성’과 ‘죄송’, ‘부족함’을 연발하면서 축구 팬들에게 사과했다. 원정 월드컵 사상 첫 8강에 도전했지만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축구 대표팀의 홍 감독은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선수들과 함께 입국하면서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지난달 27일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 3차전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0-1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된 직후에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가장 부족했던 건 감독인 나”라며 조별리그 탈락의 모든 책임을 스스로 떠안았다. 홍 감독은 평소 “시련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되는 날이 온다”는 말을 종종 했는데 지금 그런 시련을 겪고 있다.

홍 감독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거취 문제는)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그렇다. 개인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지만 지금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운 문제다. 잘 생각해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최강희 감독에게서 대표팀 지휘봉을 넘겨받은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으로 계약대로면 2015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대표팀도 홍 감독이 이끌어야 한다. 홍 감독은 “아직 거기(아시안컵)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번 월드컵에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잘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 막내 손흥민은 “결과만 놓고 보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한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한국 축구대표팀이 귀국한 30일 인천국제공항에 들고 온 현수막.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한국 축구대표팀이 귀국한 30일 인천국제공항에 들고 온 현수막. 인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는 ‘근조,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현수막을 들고 나온 한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대표팀을 향해 호박엿 사탕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브라질 월드컵#축구 국가대표팀#홍명보#호박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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