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洪감독, 팬들에 사과 “선수들 최선… 부족한 건 감독
거취는 잘 생각해서 판단할 것”… 손흥민 “변명 여지 없이 책임감”
홍명보(45).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인 그는 한때 방송사의 정규방송 종료를 알리는 ‘애국가 타임’에 등장하기도 했던 한국 축구의 레전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의 경기 승부차기 때 마지막 키커로 나선 그가 골망을 흔든 뒤 두 팔을 벌리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애국가 방송 때 나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축구를 소개하면서 ‘스타’로 소개한 3명의 인물에는 차범근, 박지성과 함께 홍 감독이 포함됐다.
그런 홍 감독이 ‘반성’과 ‘죄송’, ‘부족함’을 연발하면서 축구 팬들에게 사과했다. 원정 월드컵 사상 첫 8강에 도전했지만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축구 대표팀의 홍 감독은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선수들과 함께 입국하면서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지난달 27일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 3차전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0-1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된 직후에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가장 부족했던 건 감독인 나”라며 조별리그 탈락의 모든 책임을 스스로 떠안았다. 홍 감독은 평소 “시련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되는 날이 온다”는 말을 종종 했는데 지금 그런 시련을 겪고 있다.
홍 감독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거취 문제는)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그렇다. 개인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지만 지금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운 문제다. 잘 생각해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최강희 감독에게서 대표팀 지휘봉을 넘겨받은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2년으로 계약대로면 2015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대표팀도 홍 감독이 이끌어야 한다. 홍 감독은 “아직 거기(아시안컵)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번 월드컵에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잘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 막내 손흥민은 “결과만 놓고 보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는 ‘근조, 한국축구는 죽었다!!’는 현수막을 들고 나온 한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대표팀을 향해 호박엿 사탕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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