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Brasil 2014]‘수’라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수아레스, 伊 키엘리니 어깨 물어… 2010년-2013년 이어 ‘전과 3범’
심판 못 봤지만 FIFA 조사 착수… 최대 2년 또는 24경기 출장정지
우루과이, 1분 뒤 득점 16강 진출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오른쪽)가 25일 브라질 나타우의 두나스 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브라질 월드컵 D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의 어깨를 깨물고 나서 손으로 이를 잡고 있다. 심판이 수아레스가 키엘리니를 무는 장면을 보지 못해 반칙 선언 없이 경기가 진행됐다. 작은 사진은 수아레스가 상대를 깨무는 순간. 나타우=GettyImages 멀티비츠·SBS 중계 화면 캡처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오른쪽)가 25일 브라질 나타우의 두나스 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브라질 월드컵 D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의 어깨를 깨물고 나서 손으로 이를 잡고 있다. 심판이 수아레스가 키엘리니를 무는 장면을 보지 못해 반칙 선언 없이 경기가 진행됐다. 작은 사진은 수아레스가 상대를 깨무는 순간. 나타우=GettyImages 멀티비츠·SBS 중계 화면 캡처
‘악동’으로 유명한 이 남자.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월드컵도 예외가 아니었다. 월드컵이기에 더더욱 잊혀지지 않을 대형 사고를 쳤다. 발과 머리뿐 아니라 이까지 잘 쓰는 그는 우루과이의 특급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27·리버풀)다.

25일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의 월드컵 D조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린 브라질 나타우의 두나스 경기장. 우루과이는 후반 36분 터진 디에고 고딘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갈 수 있었던 이탈리아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렇지만 이 경기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고딘의 결승골이 터지기 1분 전 나온 수아레스의 ‘핵 이빨’이었다. 페널티 지역 안에 있던 수아레스가 갑자기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에게 달려들어 어깨를 물었다. 심판이 이 장면을 보지 못해 반칙 선언 없이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가 두 개나 있었다. TV 중계 화면, 그리고 키엘리니의 어깨에 선명하게 남은 이 자국이었다.

수아레스의 이가 화제를 모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네덜란드 아약스에서 뛰던 2010년 PSV에인트호번의 오트만 바칼의 어깨를 깨물어 7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당했다. 지난해 4월에도 첼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수비수 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팔을 물어뜯었다. 결과는 10경기 출장 정지였다. 두 번의 부적절한 이 사용으로 그는 영국 등 유럽 무대에서 드라큘라, 흡혈귀, 한니발 등 이와 관련된 다양한 별명으로 불린다.

월드컵에서도 ‘핵 이빨’을 드러낸 수아레스는 경기 후 “이 정도는 경기장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후폭풍은 일상적이지 않을 것 같다. 리오 퍼디낸드와 마이클 오언 등 전현직 축구 선수들과 BBC 등 각국 언론이 비난을 쏟아내는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도 즉시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FIFA 규정에 따르면 수아레스는 A매치 최대 24경기 또는 2년간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당장 29일 열리는 콜롬비아와의 16강전 출전 자체가 불투명하다. 역대 월드컵에서 최고 중징계를 받은 선수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상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한 마우로 타소티(이탈리아)로 A매치 8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한편 ‘원조 핵 이빨’ 사건의 당사자인 전 복싱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 에반더 홀리필드와 수아레스의 인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타이슨은 1997년 6월 29일 열린 홀리필드와의 세계복싱협회(WBA) 밴텀급 타이틀매치 2라운드 도중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어 실격패와 함께 자격 정지 처분을 당했다. 이날 수아레스의 핵 이빨 사건 직후 홀리필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신체의 어떤 부분도 물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타이슨은 이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꽤 오래전부터 수아레스를 팔로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아레스와 더불어 이번 대회 ‘악동’의 양대 산맥으로 통하는 이탈리아의 마리오 발로텔리는 이날 별다른 활약도, 큰 말썽도 없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월드컵#우루과이#이탈리아#루이스 수아레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