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떠난 박지성…그대는 진정 최고였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15일 06시 40분


또 한 명의 축구영웅이 떠났다. 지칠 줄 모르는 ‘강철 체력’으로 빅리그를 누비며 3차례나 월드컵무대에 섰던 박지성(오른쪽)이 
14일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연 은퇴 기자회견에 연인인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가운데)가 깜짝 등장해 예비 남편의 앞날을 
축복했다. 왼쪽은 부친인 박성종 씨.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또 한 명의 축구영웅이 떠났다. 지칠 줄 모르는 ‘강철 체력’으로 빅리그를 누비며 3차례나 월드컵무대에 섰던 박지성(오른쪽)이 14일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연 은퇴 기자회견에 연인인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가운데)가 깜짝 등장해 예비 남편의 앞날을 축복했다. 왼쪽은 부친인 박성종 씨.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현역 은퇴…24년 선수생활 해피엔딩

“충분히 즐겼고 많은 사랑 받았으니 후회는 없다”
7월25일 자선경기…27일엔 김민지 아나와 결혼
당분간 유럽에 머물며 축구 행정가 공부할 계획


모든 만남 뒤에는 이별이 있다. 세상의 이치다. 그러나 차이는 있다. 영광스럽게 떠나느냐, 아니면 추하게 사라지느냐. ‘영웅’이란 수식이 따라붙는 이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박지성(33)이 땀 젖은 유니폼을 벗었다. 14일 경기도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를 선언했다. 모두가 ‘박수칠 때’ 떠났고, 아름답게 축구인생의 1막을 마무리했다. 눈물은 없었다. 환한 미소와 유쾌한 표정뿐이었다. “후회도, 안타까움도 없다. ‘부상만 없었다면’이란 아쉬움만 있을 뿐이다. 어제(13일)도, 오늘도 눈물이 안 난다. 선수생활에 미련이 없다. 충분히 즐겼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모든 짐을 내려놓은 그 순간, 박지성은 이 세상에서 가장 홀가분한 사람이었다.

● 예정된 이별…아듀, 캡틴 박!

박지성의 은퇴는 오래 전부터 예견됐다. 2011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그는 고질인 무릎 통증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 자신을 유럽무대로 인도한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의 ‘친정팀’ PSV아인트호벤에 지난 시즌 임대돼 열정을 불태웠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원소속팀인 잉글랜드 QPR의 구단주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과 최근 만나 면담했고,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다. 계약기간이 1년 더 남았지만 작별을 택했다.

“올해 2월 은퇴를 생각했다. (아인트호벤에서) 한 경기를 뛰면 나흘을 쉬어야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몸 상태에 의문이 들었다. 남은 선택은 은퇴였다.” ‘홍명보호’에 합류해 2014브라질월드컵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 올해 초, 박지성은 비록 자신의 입으로 밝히지만 못했을 뿐 은퇴계획을 세운 셈이다.

이제 자유인이 됐지만 진짜 고별무대는 남았다. 7월 25일 K리그 올스타전의 형태로 열릴 ‘박지성 자선경기’다. 장소로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유력하다. 박지성이 일부 태극전사들과 해외 동료들을 불러 한 팀을 이루고, 팬 투표로 결정될 K리그 올스타들이 상대팀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이어 박지성은 가장 힘든 시간, 묵묵히 곁을 지켜준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와 7월 27일 서울 W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당분간 유럽에 머물 계획이다. 축구 행정가로 제2의 축구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제대로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 24년의 선수인생, 10개의 유니폼

이날 기자회견장 단상 앞에는 박지성이 걸어온 길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는 10개의 유니폼이 걸렸다. 세류초∼안용중∼수원공고∼명지대까지 4개의 아마추어 유니폼과 함께 교토 퍼플상가(현 교토 상가·일본)부터 2차례에 걸쳐 입단했던 아인트호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QPR(이상 잉글랜드) 등 5개의 프로 유니폼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특별히 간직해온, 그래서 모든 유니폼들의 한 가운데를 차지한 국가대표 유니폼이었다.

아시아선수 ‘최초 입단’과 ‘최초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출전’ 등의 타이틀이 따라다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의 임팩트도 엄청났지만, ‘태극전사’ 박지성은 더 특별했다. 특히 대표팀 막내로 겁 없이 뛰며 4강 신화를 이룩한 2002한일월드컵, 주장으로서 사상 첫 원정 16강의 위업을 달성한 2010남아공월드컵은 박지성이 한국축구에 선물한 가장 아름다운 추억들이다. 물론 이 모든 유니폼에는 그간의 엄청난 땀과 노력이 배어 있다. 박지성의 팬클럽 ‘수시아’가 이날 행사장에 내건 플래카드가 이를 잘 대변했다. ‘노력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전설을 만든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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