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기록 제친 715번째 홈런에 숨은 ‘기막힌 우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4월 16일 06시 40분


■ 행크 애런과 ‘숫자 4’

시즌 네번째 경기 4회말 44번 투수에 홈런
등번호 44번…한 시즌 44홈런 4차례 기록


불멸의 홈런왕 행크 애런은 ‘4’라는 숫자를 유독 좋아했다. 베이브 루스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홈런왕에 등극한 715번째 홈런은 1974년 시즌 네 번째 경기 4회말에 나왔다. 상대 투수 앨 다우닝의 등번호는 애런과 마찬가지로 44번이었다. 1974년까지 애런은 홈런왕, 타점왕, 장타율 1위를 각각 4번씩 차지했다.

애런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일본에서는 왕정치가 홈런타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왕정치의 통산 715번째 홈런은 1976년 10월 11일 나왔는데, 당시 대기타석에는 지난해까지 워싱턴 내셔널스의 감독이었던 데이비 존슨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존슨은 애런이 715번째 홈런을 쳤을 때도 대기타석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

1974년 11월 2일 일본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홈런왕끼리 대결을 펼치는 역사적인 이벤트가 열렸다. 홈런더비에서 애런은 10-9로 왕정치를 제치고 승리를 차지했다. 왕정치는 1977년 9월 3일 756번째 홈런을 날려 전 세계 홈런 1위로 등극했다.

애런은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돼 홈런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가장 황당하게 홈런을 도둑맞은 것은 1965년 8월 1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발생했다. 3-3으로 동점을 이룬 8회초 애런은 커트 시몬스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홈런을 터뜨렸다. 하지만 크리스 펠레코다스 구심은 애런의 발이 타자박스 밖으로 나간 상태에서 타격을 했다며 그에게 아웃을 선언하는 어처구니없는 판정을 내렸다.

명예의 전당 멤버인 돈 드라이스데일은 17번이나 홈런을 맞아 애런에게 가장 많은 홈런을 헌납한 투수로 남아 있다. 23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공포의 타자로 군림한 애런은 평균 162경기당 37개꼴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해머’라는 닉네임으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메이저리그는 1999년부터 ‘행크 애런 상’을 제정해 각 리그별로 최고의 타자들에게 수여하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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