萬手 만세… 유재학, 코트 최고명장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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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두 시즌 연속 챔프 이끌어
프로농구 사령탑 최다 4회 우승… 다양한 전술에 선수 발굴도 탁월

줄곧 팔짱을 끼고 코트를 응시하던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두 손을 모아 이마에 붙였다. 허공을 응시하던 그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프로농구 원년인 1997시즌부터 코치와 감독으로 한 시즌도 쉬지 않으며 984경기에서 벤치를 지킨 ‘만수(萬手) 감독’도 이 순간만큼은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모비스가 10일 창원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6차전에서 LG를 79-76으로 꺾고 4승 2패로 우승을 확정지었을 때였다.

모비스는 1999년 현대 이후 15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2연패에 성공하며 통산 5번째 정상(기아 시절 1회 포함)을 밟았다. 2004년 부임해 10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 유 감독은 국내 프로농구 감독 중 최다인 4번째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2.5년에 한 번꼴로 우승한 셈. 유 감독은 “우승하고 운 것은 처음 정상에 올랐던 2007년 이후 두 번째다. 그만큼 힘들었던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에 앞서 유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 4개월 동안 팀을 떠나 있었지만 코치들에게 체계적인 체력 프로그램을 지시해 공백을 최소화했다. 이지원 김종근 등을 육성해 LG로 이적한 김시래의 빈자리를 메웠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이대성을 11순위로 지명해 재목으로 키웠다. 다른 구단에서는 이대성을 미덥지 않게 봤지만 그의 눈은 정확했다. 정규리그에서 양동근과 이대성이 다쳤을 때도 화수분 농구 덕분에 전력 손실을 줄였다.

모비스는 이날 경기 종료 1분 전 함지훈의 부상과 문태영의 퇴장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식스맨 천대현이 결정적인 블록슛을 해내는 등 백업 멤버들을 앞세워 승리를 지켰다. 한 명의 영웅보다는 여러 명의 영웅을 지향하는 유재학 농구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유 감독은 “작은 선수들의 집중력이 큰 결과를 얻었다.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한 덕분”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정규리그 때 일찌감치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SK, LG의 전술에 대한 대비책을 반복 훈련시켜 효과를 봤다.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없었다면 타이틀 방어는 힘들었다. 늘 아침 식사를 같이 하고 훈련이나 이동 시간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유 감독의 원칙주의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유 감독은 9월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대표팀을 이끈다. 모비스는 주전 대다수가 30대에 접어들어 팀 리빌딩도 과제로 떠올랐다. 유 감독의 시선은 이미 내일을 향하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다 잊고 취하고 싶다”며 웃었다.

창원=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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