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4관왕’ 손가락 욕설 날린 크네흐트 “안현수가 내게 좌절감을 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0일 14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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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주 경기 직후 ‘4관왕’ 안현수에 손가락 욕설을 날리는 네덜란드 크네흐트. 국제빙상경기연맹(ISU)는 크네흐트에게 전 종목 실격 판정을 내렸다. NU스포츠 홈페이지 캡처
계주 경기 직후 ‘4관왕’ 안현수에 손가락 욕설을 날리는 네덜란드 크네흐트. 국제빙상경기연맹(ISU)는 크네흐트에게 전 종목 실격 판정을 내렸다. NU스포츠 홈페이지 캡처
안현수 4관왕 손가락 욕설

유럽선수권에 출전한 안현수(29·빅토르 안)는 유럽 쇼트트랙 선수들에게는 '재앙'이었다.

안현수는 20일(한국시각)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4 유럽쇼트트랙선수권 1000m와 3000m 슈퍼파이널, 5000m 계주 결승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5000m 계주에서는 시종일관 1위를 달리던 네덜란드 팀을 줄기차게 따라잡은 끝에 마지막 2바퀴에서 역전,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네덜란드는 이날 경기에서 시종일관 1위를 달렸지만, 마지막 2바퀴에서 안현수에게 따라잡힌 끝에 2위가 된 것.

네덜란드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싱키 크네흐트(25)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쇼트트랙 스타다. 크네흐트는 2012 상하이 세계선수권 남자 계주 은메달, 2012-13시즌 폴란드 데브레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1000m 은메달-계주 동메달을 따내는 등 꾸준히 성적을 내온 선수다.

하지만 그런 크네흐트에게 안현수는 '절망감'을 선사했다. 이날 러시아 팀의 평균적인 경기력은 네덜란드에 미치지 못했으나, 안현수는 그 간극을 메울 만큼의 힘이 있었다. 러시아 팀은 안현수가 주자로 나설 때마다 착실하게 네덜란드와의 간격을 좁혀갔고, 안현수는 결국 마지막 2바퀴에서 크네흐트를 앞질러 1위로 골인했다.

2위로 들어온 크네흐트는 기뻐하는 안현수의 등뒤에 양손으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올리는가 하면, 오른발로 얼음을 차는 등 비신사적인 행동을 했다. 이에 국제빙상연맹(ISU)은 크네흐트에게 공식적으로 실격 판정을 내렸다. 크네흐트는 이번 대회 500m에서 준우승을 하는 등 개인종합 3위에 올랐지만 공식 기록에서 삭제됐다. 크네흐트의 돌출 행동은 네덜란드 계주팀의 은메달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크네흐트 개인의 성적은 모두 삭제처리된 것. 크네흐트는 시상대에 오르는 것도 금지당했다.

크네흐트는 NU sports를 비롯한 네덜란드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더 잘했어야했다"라면서도 "이기기 위해 드레스덴에 왔다. 하지만 좌절감만을 맛보고 돌아가게 됐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유럽은 여러 가지 스포츠에서 세계적인 강국이 많이 포진해있지만, 쇼트트랙만은 예외에 가깝다. 쇼트트랙의 강호는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와 중국, 미국 등이며, 유럽 빙상계의 강호로 손꼽히는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은 쇼트트랙에서는 전술한 국가들에 미치지 못한다.

국제대회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파비오 카르타, 아리아나 폰타나 등 이탈리아 선수들은 개인 수준의 성취에 가까우며, 그마저도 우승권 선수로는 거의 거론되지 않는 편이다.

다만 러시아의 경우 지난 2011년 안현수가 귀화한 이래 두드러진 약진을 보여왔다.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 세멘 엘리스트라토프 등의 기량이 급격히 발전했고, 이들은 남자 계주에서 에이스 안현수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안현수는 특히 쇼트트랙 월드컵 등 큰 대회에서도 러시아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남자 계주 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홈인 소치에서 열리는 2014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러시아빙상연맹의 '투자'가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한편 안현수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 500m, 1000m, 3000m 슈퍼파이널과 5000m 계주까지 석권, 4관왕에 오르며 종합 우승을 따냈다. 2위 역시 러시아의 엘리스트라토프가 차지했다.

안현수 4관왕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안현수 4관왕, 올림픽에서도 우승해라", "안현수 안현수 4관왕, 클라스가 살아있네", "안현수 4관왕, 한국 쇼트트랙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뜻", "안현수 4관왕, 소치에서도 힘내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안현수-크네흐트 사진=네덜란드 NUsports 캡처
#안현수#크네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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